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5-04 18:05:15 IP ADRESS: *.215.228.246

댓글

4

조회 수

2854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을 아시죠? 제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물론 더욱 좋아하지요. 꼭 10년전, [비트]의 원작자와 시나리오작가로서 만난 이후,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좋은 관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허화백께서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지금 현재도 허화백은 박영석의 [트랜스 에레베스트 원정대]에 참여하시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상 공격(산악용어로 '공격'이라고 합니다)이 며칠 안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이 작품을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꾸려진 것이 '드라마 [식객]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구성이 정말 재밌었어요. 연출을 맡은 이윤정 PD, 메인작가 심산, 보조작가 강상균과 김미현...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아시겠어요? 모두 다 '심산스쿨' 멤버들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끼리 그런 농담을 했죠. 이제 '심산스쿨표 미니시리즈'가 공중파를 타게 됐구나...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팀은 공중분해(!)되었습니다. 그 책임은 물론 100% 저에게 있구요.

제게는 이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진행할만한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방송국과 PD가 원하는 속도(!)를 낼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이PD가 맘고생이 심했죠. 그냥 '모르는 작가'였더라면 화도 내고 닥달도 하고 그랬을텐데...저는 그녀에게 '너무 잘 알고 지내는 작가'였거든요. 그녀는 저에게 대학후배이기도 하고, 심산스쿨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결혼을 할 때 저는 주례(!)를 섰고, 그 이후로는 막역한 술친구처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제게 뭐라고 하기가 참 힘들었겠죠. 그러다가 제가 영국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또 다시 보름 정도를 비운다는 건...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거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양립할 수 없는 일이었죠. 미니시리즈 대본을 쓸래 영국엘 갈래? 저는 결국 후자를 택했습니다(결과적으로 엄청 비싼 여행을 한 셈이죠)...^^ 그래서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 그녀에게 통고했습니다. "나는 이쯤에서 그만둬야 될 것 같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윤정 PD와 저는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았습니다. 이즈음도 가끔씩 서로 전화를 하고 술도 마시고...그럽니다. 드라마 [식객]의 대본작업은 계속 전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만 둔 대신 새로운 작가를 구한 거지요. 이윤정 PD가 연출하는 드라마 [식객]...아마도 내년 초쯤에는 브라운관을 통해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녀가 멋지게 잘해내리라 믿습니다.

보조작가로 참여했던 두 친구에게는 무척 미안한 느낌입니다. 고생만 죽어라 하고...결과가 없으니 맘이 편할 리가 없지요. 허화백께도 죄송하고, 우리 팀을 많이 도와줬던 만화 [식객]팀의 취재담당 이호준님께도 면목이 없네요. 그런데...얼마 전에 이호준님이 사진 두 장을 보내왔습니다. 드라마 [식객]팀이 막 출범했을 때, 만화 [식객]팀과 함께 했던 즐거운 술자리의 사진들입니다. 만난 장소도 재미있습니다. 바로 인사동의 선술집 [식객]입니다(이 집의 주인은 산악인 정용권님입니다).

사진들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자니...참 즐거웠던 한때였구나...싶습니다. 사실 드라마 [식객]을 취재하면서 즐거웠던 경험이 한 둘이 아닙니다. 최고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그 집의 경영자 혹은 주방장들로부터 음식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듣는 게, 그리고 그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는 게...어찌 즐겁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엿보게 된 '음식의 장인'들의 삶...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음식이 아니라 뭐를 해도 반드시 성공할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이제...그 모든 것들을 글로 써야한다는 부담도 없어졌으니...정말 마음 가볍게 다시 맛집순례나 해볼까...그런 생각을 하면서 빙긋 웃습니다...^^

손문

2006.05.05 17:17
*.124.137.87
드라마 "식객" 한~두달 전인가... 김래원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청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화라는 광고를 신문에서 보고 얼른 빌렸습니다.
사실 구입해서 봐야하지만 아직 연재가 끝나지도 않은 "식객"을 구입해서 보기엔 무리가 있더군요.
여하튼, 재미있게 본 만화였습니다. 정말 얼마나 자료조사를 하시고 직접 손수 뛰어다니셨는지 느껴지더군요.
그런 "식객"을 심산 선생님께서 드라마로 쓰셨다면 정말 더욱더 즐겁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내요.
"식객"과 더불어 영화로 촬영중인 "타짜"도 잘 되길 바래봅니다.
profile

심산

2006.05.05 18:48
*.147.6.215
저보다 훨씬 훌륭한 작가들이 많답니다
영화 [타짜]도 시나리오가 훌륭하다고 하더군요...^^

최상

2006.05.07 00:46
*.232.196.152
내심 많이 기대하면서도 영국 다녀오신다기에 의아했었는데...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선생님의 식객도 보고 싶었지만... 다른 작품으로 기다려 봅니다(^____________^)

김희자

2006.05.09 16:26
*.54.114.36
히히. 식객 즐겁게 보고 있는데..12권까지 읽었죵.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33 에식스일기(1) 딸의 롤러월드 생일파티 file 심산 2006-04-24 2701
132 에식스일기(2) 부엌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일몰 file 심산 2006-04-24 2369
131 에식스일기(4) 어긋난 인연지우기 심산 2006-04-24 2589
130 에식스일기(5) 책 읽고 독후감 쓰기 file 심산 2006-04-24 2532
129 런던일기(1) 프레디 머큐리 만세! + 2 file 심산 2006-04-24 2719
128 런던일기(2) GOTHIC NIGHTMARE + 1 file 심산 2006-04-24 2294
127 런던일기(3) 하이드파크와 웨스트엔드 + 1 file 심산 2006-04-24 2584
126 런던일기(4) 해로드와 픽사 20주년 기념전 + 1 file 심산 2006-04-24 2534
125 에식스일기(6) 굿바이 잉글랜드 file 심산 2006-04-24 2352
124 우리가 잊고 살았던 무상의 가치 심산 2006-04-29 2375
123 약속 없는 아침 + 1 심산 2006-04-29 2315
» 드라마 [식객]팀의 즐거웠던 나날들 + 4 file 심산 2006-05-04 2854
121 하늘이 이렇게 맑아도 되는 겁니까? + 11 심산 2006-05-08 2283
120 김반장이라는 매혹적인 뮤지션 + 8 file 심산 2006-05-12 2415
119 제 정신으론 못할 일들 세 가지 + 12 심산 2006-05-15 2350
118 망고 + 3 file 심산 2006-05-15 2773
117 산에 오르는 백수들 + 8 심산 2006-05-18 2665
116 시내 한복판에서 전세계의 산을 보는 방법 + 1 file 심산 2006-05-22 2466
115 여의도에서 신촌까지 걸어다니기 + 6 file 심산 2006-06-01 2946
114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양수리수련회 + 7 file 심산 2006-06-06 3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