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7-06 19:42:11 IP ADRESS: *.241.46.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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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에 대한 화장실 유머
패럴리 형제의 [킹 핀]

정돈하는 것이 규율이며 교육의 목표라면 그것을 흩트려 놓는 것은 놀이이면 쾌락의 과정이다. 그런 뜻에서 볼링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놀이에 가깝다. 멋진 아가씨의 몸매를 연상시키는 핀들을 정돈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우리는 단지 묵직한 공을 굴려 그것들을 쓰러뜨리면 된다. 그리고 핀들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우당탕탕 나자빠질 때 우리는 환호성을 질러대며 함께 온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일상의 억압과 스트레스가 단숨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다.

먼슨(우디 해럴슨)은 아이오와 주 볼링챔피언이다. 프로볼링투어를 위해 집을 떠난 그는 그러나 파렴치한 내기 볼링꾼 어니(빌 머레이)를 만나 일찌감치 지옥으로 떨어진다. 그들에게 돈을 잃은 사람들이 먼슨의 손을 뭉개버린 것이다. 패럴리 형제의 [킹 핀]은 그로부터 17년 후를 현재로 하여 전개된다. 흉측한 쇠갈고리에 고무로 만든 의수를 끼고 싸구려 위스키를 홀짝거리고 있는 먼슨에게 이제 삶이란 비루하고 무의미한 고행일 뿐이다. 적어도 볼링장에서 엉뚱한 애미쉬 청년이자 신예 볼러인 이슈마엘(랜디 퀘이드)과 마주치기 전까지는.

[킹 핀]은 틀림없는 볼링영화다. 그러나 스포츠 영화 특유의 감동적인 인간승리 따위를 기대해선 안 된다.  패럴리 형제가 누구인가?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만든 감독들이다. 이들 특유의 엽기 발랄한 상상력과 노골적인 화장실 유머는 [킹 핀]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배를 잡고 구르게 만든다. [허슬러][졸업][위트니스][러브스토리][은밀한 유혹]등에서 따온 기상천외한 패러디 장면들을 찾아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상금 백만 달러가 걸린 리노오픈 볼링대회. 먼슨과 이슈마엘은 이 대회에서 어니와 결승을 다투는 과정을 통하여 새 삶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결말은 전혀 엉뚱하니 섣부른 추측은 금물. 하긴 패럴리 형제의 영화를 보면서 사실성이나 윤리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심각할 것 없다. 볼링이 유쾌한 놀이라면 영화 역시 그러할 뿐이니까. [킹 핀]은 오래된 친구들 끼리 속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주말의 볼링장 같은 분위기의 영화다.

[한겨레]

백소영

2007.11.16 23:37
*.212.95.146
코믹을 너무나 좋아했던 한 선배의 권유로 봤던 영화.
정말 재밌게 봤지만.. 중간 중간 이해 못할 유머가 있었드랬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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