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6-02 01:25:03 IP ADRESS: *.147.6.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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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

  낙오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하워드 도이치 [리플레이스먼트](2000)

 

워싱턴 센티널즈 소속 선수들은 그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미국 프로풋볼리그(NFL)가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기 직전에 파업을 선언해버린다. 벼랑 끝으로 몰린 구단주는 전설적인 코치 지미(진 핵크먼)를 불러들여 ‘대체선수(리플레이스먼트)’들을 급조해서라도 시합에 출전해달라고 애원한다. 순간 지미의 뇌리에 떠오른 사람은 놀라운 재능을 갖추었으나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여 구장을 떠나야 했던 ‘잊혀진 쿼터백’ 셰인(키아누 리브스)이었다.

하워드 도이치 감독의 [리플레이스먼트](2000년)는 파업에 돌입한 정식선수들을 대신하여 구장에 투입된 낙오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정통 미식축구영화다.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은 그야말로 백화제방하듯 제각각 살아 숨쉬는 다양한 조연급 캐릭터들의 놀라운 조화에 있다. 그들 모두는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기 전에 하나같이 사회의 낙오자들이었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죄수, 과격한 성격 때문에 늘 일을 그르치는 경찰, 비대한 몸집의 스모선수, 그라운드 안에서도 담배를 피워대는 꼴초…그들의 팀플레이가 불협화음의 극치가 되고 본의 아닌 코미디가 되어버리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리플레이스먼트]는 얄미울만큼 ‘웰메이드’되어 있는 할리우드 영화다. 잘 짜여진 플롯 속에서 코미디는 어느 새 휴먼드라마로 바뀌고 전문성은 대중성을 쉽게 획득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노동조합의 정식파업에 저런 식으로 엿을 먹여도 되는 거야”하는 따위의 ‘입 바른’ 비판을 하기란 쉽지 않다. [양들의 침묵][[식스센스]의 세계적인 촬영감독 후지모토 타크의 카메라는 빤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영화의 앵글을 자유자재로 비틀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화면 위로 깔리는 ‘정겨운 옛노래’들은 저항 없는 감정이입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비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이 작품이 세상의 모든 낙오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지미가 셰인에게 묻는다. “승자와 패자는 뭐가 다르지” “점수가 다르죠.” “아닐세, 진정한 승자란 재기에 도전할 용기를 갖는 자일세.” 정식선수들과 패싸움을 벌인 후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리플레이스먼트’들이 경쾌한 디스코 풍의 노래 [아이 윌 서바이브]를 불러제끼며 신나게 춤추던 장면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다.

[한겨레] 2004년 5월 19일자

백소영

2006.06.23 01:50
*.44.147.104
ㅋㅋㅋ 우리 키애누가 나와서 바로 찾아 본 영화. 무조건 재밌었다.

조현옥

2007.08.19 05:23
*.62.89.4
진 핵크만 보면서, 그의 조율과 자극 솜씨에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I'll survive 장면 정말 어깨가 들썩여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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