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5-12-21 09:55:36 IP ADRESS: *.16.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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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오락의 캐릭터를 그리면서 시작한 만화속에서 그 캐릭터를 내가 상상한 이야기속에 집어넣어 움직이게 했었습니다. 그렇게 내 이야기 인생은 시작되었죠.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다이어트 고고라는 아는 만화가 선생님의 스토리를 어시스트하면서 여러가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어설펐던 시절같네요. 종로에 위치한 정독도서관에서 읽었던 수많은 책들과 여러 선생님에게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은 저를 점점 이야기꾼에 다가서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인거 같네요. 안정적인 만화가인생을 버리고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움직이는 영상의 매력은 저를 안정적인 인생에서 다시 학생으로 전락시켜버렸습니다. 그렇게 드라마 대본과 영화대본속에 파묻혀 살아가게 된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난것 같아요. 그러다가 베스트 셀러라는 시나리오 작법책을 보게 되었죠. 제가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책 "시나리오 가이드"였습니다. 이 책을 읽은지도 한 달이 되어가는것 같네요.

저자는 1부에서 시나리오 작가가 담당하게 될 일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영화가 만화나 소설같은 장르와 확연하게 다른 부분이라면 공동작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나리오 작가도 창작가이면서 한 명의 임무담당자로서의 역활을 잊으면 안된다고 작가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과 시나리오의 차이를 확연하게 구분지어주고 있습니다. 시나리오작가는 기본적으로 화면에 비춰질 영상을 염두에 두고 써야합니다. 배우들이 내뱉을 대사, 전체적인 문맥같은 것들 뿐만이 아니라 조명, 음악, 사운드효과, 의상, 그리고 관객에게 이야기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전체적인 페이스와 리듬까지도 생각해야하는거지요. 그러기 위해선 주변의 다른 스탭들과의 많은 의견교환을 잊을 수가 없는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켜서 창작하는 다른 장르의 창작가들과 확연히 구분되어지는 점입니다. 어쩌면 창작가로서 가장 불행한 조건속에서 창작하는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커버할 만큼의 매력이 시나리오 작가에게는 있습니다.

2부로 넘어가며 저자는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시키는 기법인 스토리 텔링을 엄청난 양으로 할애해 놓습니다. (책의 절반 이상을 명작들의 시나리오분석으로 채워놓아 정작 작법에 대한 내용이 얼마안된다는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양입니다.) 작가는 프랭크 대니얼의 말로서 단 한마디로 시나리오의 드라마틱한 상황을 설명해 버립니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 (Somebody wants something badly and is having difficulty getting it.) 이 책은 이 한마디를 분석해 놓은 책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이 한마디속에는 영화시나리오의 모든것이 들어있습니다.

저자는 3장이론으로서 이야기의 진행순서를 주인공과 적대자의 갈등으로서 "그것을 성취하기는 어렵다"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설정하는 방식을 객관적 드라마와 주관적 드라마로서 시선끌기와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을 시간과의 싸움에서 관객이 지루하지 않으며 시나리오를 최대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최대한의 분기점을 불확실성으로 관객의 정서적 참여도를 높이는 방식등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법에 절대적인 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칙은 있다라는 다이앤 키튼의 말에 나오는 그 원칙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겠죠.

마지막 3부에서 작가는 드디어 자신이 알고 있는 작법상의 노하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일에서부터 고쳐쓰기에 이르는 3부의 내용들은 머리를 쥐어짜며 고뇌해야 했던 문제점들을 한순간에 풀리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 부분을 알고 있는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머리카락이 남아있는 정도로 판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하지만, 절대적인 함정을 조심해야 하는것이 있습니다. 시나리오 창작은 어디까지나 창작이라는 점이지요. 그것을 망각한채 마치 틀속에 주물을 부어버리듯 자신의 생각을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에 들이부어버린다면 책에 적혀있는 수많은 노하우들은 오히려 올가미가 되어 죽은이야기를 쓰는 지름길로 안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시나리오 가이드라는 제목을 달아놓기는 하였지만 정작 책의 절반 이상은 작품분석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 책을 읽어내려가다가 갑자기 책의 절반도 되지 않은 부분에서 기법에 관한 내용이 끝나버리는게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만들기는 하지만 영화인들의 교과서 "시민케인"부터 "델마와 루이스"에 이르는 영화들을 세심하게 분석한 글을 읽다보면 장황하게 설명된 기법서를 읽는것보다 더 큰 공부가 되니깐말입니다. 단지 아쉬운점이라면 너무 오래전에 집필된 책이라 근래에 나온 작품들이 실려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신감각을 익히기엔 책이 조금 오래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신세대들이 좋아할만한 작품구조와 어느정도는 거리감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고요.

시나리오 작가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만화가이기도 한 저의 바램은 수많은 만화가 지망생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만화도 시나리오상의 견고함을 가질수 있었으면 합니다. 책은 12,000원이라는 가격을 지니고 있지만 책의 내용이 미래에 12억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 줄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aster0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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