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4-02 12:48:34 IP ADRESS: *.110.11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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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시프트족의 출현

전일제(Full-Time Jobs)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매일 그들이 다루어야 하는 업무로 인해 시간에 쫓기고, 많은 정보와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자신들이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간다. 러한 상황은 이들에게 그들의 삶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즉, 많이 벌고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가족과의 관계 혹은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인지.

다운시프트족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다운시프트 성향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과다한 업무량, 인터넷과 같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과다한 정보량, 그리고 마케팅 메시지와 같은 비의도적인 노출 정보량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이 복잡해짐에 따라 삶이 단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기인했다.

이렇듯 "삶을 자발적으로 단순하게 만들고자 하는 성향"은 70~80년대 미국에도 파급되었으며, 90년대에 등장한 슬로비(slobbie)족 - 천천히 더 훌륭하게 일하는 사람들(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로서 물질보다는 마음을, 성공보다는 가정을 더 소중히 여기며 느리게 사는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 - 도 다운시프트족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삶의 단순화에 대한 열망이 다운시프트라는 행동으로 나타나도록 만든 일종의 촉매체는 바로 미국 뉴욕에서 2001년에 발발한 9.11 테러였다.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삶에 있어 진정한 가치는 - 가족, 인간관계 등 - 무엇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운시프트족은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유럽중 에서도 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있다.

다운시프트족의 특성 및 해외 상황

다운시프트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몇 가지 유형을 보면 ◆ 직업(혹은 업종)을 바꾸거나, 보수가 적은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 ◆ 시골로 내려가는 경우 ◆ 회사 내에서 자기 시간이 많고 스트레스가 덜한 부서로 옮기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에 의하면, 다운시프트족은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중산층 전문직 - 법조인, 투자은행가 등 - 에 많다.

유럽은 2002년 한 해 1200만 명이 다운시프트했고, 이들중 60%정도는 어린 자녀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근로자의 1/14이 벌써 다운시프트를 했으며 35~54세 층의 50% 이상이 앞으로 3년 이내에 다운시프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경우는 19%가 다운시프트를, 호주의 경우는 30~59세 성인의 23%가 지난 10년 사이에 다운시프트를 했다고 응답했다.

캠프리지대학(The University of Cambridge)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다운시프트로 인해 소득의 40% 가량이 감소했다. 또한 30대 층과 여성층에서 다운시프트를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다운시프트 선호 유형을 보면, 여성층은 아예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반면 남성층은 업종을 바꾸거나 보수가 낮은 일을 선택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다운시프트족들은 그 전 대비 낮은 보수를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만족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이는 남은 시간을 주로 자녀들과 함께 보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다운시프트족 트렌드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중독자들이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인들은 주 평균 근무 시간이 44시간이며, 유럽의 여느 사람들보다 다운시프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주 근무시간은 46.2시간으로 일중독증이라고 표현된 영국인들보다도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한국도 다운시프트족이 늘고 있다.

최근 인재 파견회사 '보보스'가 20, 30대 직장인 5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생활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개인의 생활과 사회 생활의 적절한 조화'라는 대답이 무려 41.9%를 차지했다. 직장 내에서 가장 보장받고 싶은 혜택으로 45.3%가 유급성 안식년 휴가제를 꼽았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근무형태에 대한 질문에서도 비정규직을 선택한 응답자가 48%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다운시프트족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 사실로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국외의 선진국들처럼 복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현실과 높은 사교육비, 그리고 아직은 낮은 근무형태의 융통성 등으로 인해 실제로 중산층 전문직층이 예전 보수의60%만 받는 식의 근무조건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 다운시프트족은 웰빙 성향과 맞물려 행동으로 쉽게 이행이 가능한 직장 초년생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주5일 근무제의 확산은 근무형태의 다양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의 고소득층의 경우는 소득이 줄어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기에 결국 우리나라도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다운시프트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운시프트족 트렌드 시사점

그럼, 다운시프트족 트렌드가 마케팅 관점에서 어떤 시사점을 지닐까?

첫째, 기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함을 컨셉으로 한 상품 기획이 화두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기능이나 편익이 포함되었으나, 실제로 잘 쓰지 않는 기능들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필요한 몇 개의 기능만으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한, 이런 '단순함'이라는 컨셉은 공산품 뿐만아니라 식품류와 같은 것에도 적용될 수 있고 서비스 부문까지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이렇게 단순화 컨셉 제품들은 종전 제품가보다 낮은 제품가 격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 전략은 다운시프트 이후 줄어든 가처분 소득으로 인해 생성된 구매 장벽을 낮추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유통점 내의 매대 진열 형태가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성숙기 시장 내 제품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제품 스위칭(Switching)으로 시장 내 M/S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구매과정의 단순화를 통한 제품 스위칭 유도가 중요하다. 영국의 트레셔(Thresher)라는 주류 소매상은 소비자의 와인 구매 과정을 간단히 하기 위해 원산지별이 아닌 가격대 별로 매대 진열형태를 바꾸었다.

넷째, 다운시프트족의 출현은 자녀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하는 바람이 크게 작용한 만큼 장난감 혹은 자녀들과 함께 노는 프로그램 등 유아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지금까지 다운시프트족이 어떻게 싹트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내에서 다운시트프족의 트렌드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 보았다. 물론 다운시프트족을 이야기하는 곳 한 켠에서는 고실업과 조기 퇴직 시대에 가진 계층의 여유일 뿐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케터로서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기에 오늘도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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