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윤기호 등록일: 2007-09-23 00:27:07 IP ADRESS: *.191.2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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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배가 고픕니다.

산에는 먹거리가 넘쳐나는데. 우리집 냉장고에는 물 밖에 안 보이네요. ㅎㅎ

요리 할 줄 몰라서 이리저리 배달 전화번호를 눌러도. 다들 연휴라고 전화를 받지 않네요.

휴. 오늘도 산에 갔으면 배 부를텐데... 식탐으로 산행을 기다리는 기호입니다.

어제 아침에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혹시나 산행이 취소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심산선생님 성향 상. 그럴리 없을 것 같아 가방 들고 나와서 우이동 행 버스를 탔습니다.

지난 산행 덕분에. 익숙한 얼굴도 있고. 낯설은 얼굴도 있었지만 괜히 친밀감이 생기더군요.

심산 선생님 말씀처럼. 다들 장애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저번 산행보다 짫았지만, 운무에 뒤덮힌 인수봉은 가슴을 설레게 하였습니다.

언젠가 저 암벽을 오르고 싶다. 후. 가슴이 뛴다.

음. 일단 현옥씨처럼 5-10 릿지화를 사야 하겠군.

귓가에 '신발이 바위에 착착 달라 붙어요'  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다.

그래. 술도 줄이고 긴축재정해서 돈을 모아야지.

뭐. 이런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원석이네에 도착하더군요.

집에 가는 길에 산을 오르는 것과 영화 만드는 일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더군요.

24시간 이상 촬영을 하다보면 ' 내가 미쳤지. 왜 이 짓 하고 있을까?' 등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아직 촬영회차가 절반이상 남은 스케줄표를 보면 절망합니다. 언제 촬영이 끝날까?

긴긴 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하다보면 몸은 편하지만. 괜히 허전합니다.

첫 영화 시사회 때는 조그맣게 올라가는 크레딧을 보면서 눈물도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상 생활하다 보면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미친듯 촬영하는 게. 이상하게도..

다시 현장을 가죠. 이건 마약이야.  ㅎㅎ그러니 어쩔 수 없지 아니한가?


산에 가는 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산행 초기. 숨이 차기 시작하고 육체적 한계가 다가오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집에서 영화나 볼걸' 잡다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죠.

중간 지점에서 정상을 바라보면. 저길 언제가지? 암담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다리가 움직이고. 문득 고개를 들면. 절경이 펼쳐지고. 바람은 땀 범벅이 된 몸을 시원

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내려와서 술 한잔 하다보면. 저길 언제 갔다왔는지. 꿈만 같죠.

어느새 다시 오르고 싶어집니다. 짐을 꾸리고 밤잠 설치고. 다시 배낭들고 올라갑니다.

산도 마약인 것 같습니다. ㅎㅎ

아직 산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냥 좋아집니다.

어쩌면 산 = 맛있는 음식으로 제 머리속에 입력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다음 산행까지 행복하시고. 추석 잘 보내세요.

profile

심산

2007.09.23 00:36
*.131.158.46
딩동댕, 정답니다! 산=맛있는 음식=마약...ㅋㅋㅋ

조현옥

2007.09.23 01:03
*.62.89.4
기호씨도 추석 잘 보내시고 (어떻게던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ㅋㅋ)
꼭! 같이 노적봉에 올라요. 아자! ^0^

최상식

2007.09.23 11:48
*.46.155.53
노적봉 갈때는 저도 델꼬 가주세요 ㅋㅋ 행님 추석 잘 보내세요~!^^!

조인란

2007.09.23 13:35
*.90.50.149
우리 기호가 배가 고프다니...누나 마음이 미어진다.

조현옥

2007.09.23 13:57
*.62.89.4
요즘 인란언니에게 배고프다고 징징대는 사람이 하나, 둘 씩 늘어간다.
인란언니 이미 끼니마다 챙겨야하는 애가 셋인데, 우얄꼬...ㅋㅋㅋㅋ

신미영

2007.09.23 16:03
*.173.134.208
애 셋의 끼니를 챙기는 분은 따로 계시는듯 하오이다...
우리가 산에서 먹은 묵은지도 그 분의 솜씨라고 하니...
그동안 맛본 인란언니의 음식들이 혹시 모두 그 분의 솜씨?
(사실 나는 염치 없어 속으로만 징징대고 있음...ㅠㅠ)

윤기호

2007.09.23 18:08
*.191.28.169
누님들의 사랑덕분에 무럭무럭 커가는 것 같네요 ㅎ

조인란

2007.09.25 01:25
*.173.136.46
아 울 아빠 밥은 정말 맛있어. ㅎㅎㅎ

윤혜자

2007.09.23 22:34
*.142.229.210
산 마약 맞습니다.
난 오늘도 산에 갔습니다.
소풍 삼아 인왕산에.....으악...날씨 정말 끝내주게 좋더군요

최상식

2007.09.23 23:07
*.129.25.6
쌤 말씀처럼 산에선 노을 볼때가 가장 좋은듯 합니다 ㅎㅎ 이달 초에 저도 인왕산에 늦은 오후에 올라
저멀리 바라다 보이는 강너머 노을을 보며 참 행복했었는데 ㅎㅎ

신미영

2007.09.24 00:38
*.173.134.208
'인왕산에서 노을 보기' 뭐 이런 번개는 없나???

허미영

2007.09.24 00:59
*.155.67.67
남은생 마약에 취해 살아보자^^ 선한 얼굴의 기호,,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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