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6-26 23:55:15 IP ADRESS: *.110.11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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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4 08:00

일희일비하지 않기. 그리고 멀리, 오래, 넓게 내다보기. ‘누가 한국 영화산업을 이끄는가’에 관한 <씨네21>의 12번째 질문에 대해 충무로는 그렇게 답하는 듯하다. 단발적 흥행 성과로 순위가 적잖이 오르락내리락했던 과거에 비해 올해는 그 낙폭이 덜하다. 이 정도면 한국 영화산업이 어느 정도 시스템 꼴을 갖췄다는 평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자본의 측면이든, 인력의 측면이든 말이다. 극장 자본을 바탕으로 넉넉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투자·배급사는 건재하고, 수익률 악화로 지난해 위기에 몰렸던 제작사들 또한 새로운 전주(錢主)와 만나 주식시장에 등장하고, 쉽사리 꺼질 것 같던 배우들의 한류 열풍은 잦아들지 않았고, 스타 감독들의 위세 또한 여전히 등등하다. 연초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예기치 않았던 암초를 만난 탓에 충무로의 대표적인 ‘싸움꾼’들이 대거 순위에 올랐지만, 올해 순위에 오른 인사들의 계획과 포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금 현재 한국 영화산업의 시선은 단연 ‘해외시장’에 쏠려 있다. 과연 한국 영화산업은 2006년에 내다본 만큼 성취할 수 있을까. 올해 설문은 영화계 안팎 인사 103명에게 전달됐으며, 응답한 70명의 설문을 바탕으로 집계했다. 순위별 추천 횟수에 배점을 곱해 점수를 산출했으며, 동점자의 경우에는 지명 횟수가 많은 인사를 우선했다.

설문참가자 명단

고정민(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곽신애(LJ필름 이사) 권혁조(소니픽쳐스코리아 대표) 김동호(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두찬(시네마제니스 대표) 김미희(싸이더스FNH 공동대표) 김병국(대신증권 애널리스트) 김소영(영화평론가) 김승범(스튜디어2.0 대표) 김수경(<씨네21> 기자) 김우택(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대표) 김은형(<한겨레> 기자) 김정수(팬텀엔터테인먼트 사장) 김주성(CJ엔터테인먼트 대표) 김혜준(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김형준(한맥영화 대표) 김휴종(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남동철(<씨네21>) 노종윤(노비스 대표) 달시 파켓(<버라이어티> 한국통신원) 문석(<씨네21> 기자) 민병록(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박기용(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 박동호(CGV 대표) 박무승(KM컬쳐 대표) 박성혜(싸이더스HQ 매니지먼트 본부장) 서영주(씨네클릭아시아 대표) 석명홍(씨네라인-투 대표) 신상한(프라임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신유경(영화인 대표) 심희장(시티극장 기획실장) 양기환(스크린쿼터지키기 영화인대책위 대변인) 원승환(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윤숙희(젊은기획 대표) 이동직(변호사) 이동진(<조선일보> 기자) 이서열(코리아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석준(코리아픽쳐스 이사) 이성욱(<씨네21> 편집차장) 이영진(<씨네21> 기자) 이유진(영화사 집 대표) 이주성(이십세기 폭스코리아 사장) 이준동(나우필름 대표) 이지훈( 편집장) 이춘연(씨네2000 대표) 이현승(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이효인(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 이후남(<중앙일보> 기자) 이희용(<연합뉴스> 기자) 임범(<한겨레> 기자) 정영범(스타제이 엔터테인먼트 대표) 정태성(쇼박스(주)씨네플렉스 상무) 정헌조(코어스튜디오 대표) 정훈탁(IHQ 대표) 조성규(스폰지 대표)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종국(조우필름 대표) 조철현(타이거픽쳐스 대표) 차승재(싸이더스FNH 공동대표) 채윤희(올 댓 시네마 대표) 최건용(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본부장) 최영석(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최완(아이엠픽쳐스 대표) 최용배(청어람 대표) 최재원(바른손 영화사업본부장) 최준환(CJ엔터테인먼트 영화투자제작사업부장) 한성구(팝콘필름 대표) 허문영(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황우현(튜브픽쳐스 대표) 황희연(<스크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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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1위한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

“프로듀서를 중요하게 인식해준 건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부담이다”

“프로듀서가 집착해야 할 건 결국 시나리오 아닌가.” 싸이더스FNH 차승재 대표 방에는 흔한 트로피 하나 없다. 대신 책과 수백권의 시나리오가 무슨 보물처럼 차곡차곡 쌓여져 있을 뿐이다. 기초체력을 끊임없이 체크하는 이 근심 많은 14년차 프로듀서가, 드디어 충무로 파워 1위에 올랐다.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올해가 열한 번째인가? 딱 열번만 하고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부담이 확 생긴다. 투자나 배급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1천만 영화를 해본 적도 없고. 내 평생 1등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충무로에서 몸무게는 1등이었을지 모르지만. 근데 1위 했다고 뭐 주는 건 없네. (웃음)

-만년 ‘넘버3’였을 때 마음은 편했나.
=산업에 있어 자본의 힘이 가장 좋은 법 아닌가. 영화산업 안에서 프로듀서 위치가 그만큼 올라갔고, 다른 분들이 그걸 중요하게 인식해준 건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부담이다.

-어떤 부담인가.
=(한동안 생각하더니) 꼭대기 올라가면 하산밖에 더 있나. 회사 덩치가 커져서 아무래도 상업적인 성격의 영화들을 많이 해야 하는 터라 프로듀서로서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동시에 후배 프로듀서들한테는 전범이 되어야 하니까.

-자본을 갖고 있지 않은 ‘영화공장 공장장’이 1위에 올랐다. 자본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반감의 표현일 수 있겠지. 그러니까 1등한 건 어부지리다. (웃음) 영화하는 사람들은 창작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자기 존재도 확인하고, 사회에 뭔가 참여해보고 싶은데. 그런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본의 논리가 강해질수록 두려움도 커질 테니까.

-스스로에게도 그런 불안이 있나.
=지금까진 장생과 공길의 줄타기처럼 잘해온 것 같은데. (웃음) 스스로의 위치를 정할 수 없다는 게 광대의 운명 아닌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왕의 남자> 보면 부럽다.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충분히 창작자의 욕구를 담아내고, 또 사회적 의미도 담고 있고. 그런데 관객의 호응까지 받고, 또 중층적 코드를 품고 있어 그 호응 또한 다 다르니까.

-싸이더스FNH는 제작시스템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많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 텐데. 질적 퀄리티까지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많이 만들면서 옛날만큼 공을 들일 수 있다면 거짓말이지. 내셔널 브랜드를 만들면서 명품만큼 공을 들일 순 없잖나. 어느 정도 균질된 영화들을 안정적이고 평균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기업화의 관건이다. 좋은 건 많이 만들다보면 제작방식이든 콘텐츠든 다양한 실험을 해볼 기회가 많아진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경우 인력 풀을 넓힘으로써 방송과 영화의 격벽을 허물고, 디지털과 필름의 기술적 격차를 줄인 케이스였다고 본다.

-<동아일보>의 최근 기사를 봤더니, 한 영화사 합병 건을 놓고 KT와 갈등이 있다고 하던데.
=사인하고 5개월 지났는데 요즘이야말로 해피하게 잘 지내고 있다. KT, KTF쪽 이야길 들어서 기사를 썼다던데, 차승재, 김미희를 거론하고 발언한 것처럼 썼으면 한번쯤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KT쪽은 어떤 영화를 하느냐에 일절 간섭이 없다. 다만 합병은 회사 경영과 관련된 문제다. 그 기사처럼 우리가 더 잘 아니까 믿고 따라오라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는 파트너 사이라면 의사소통 과정은 필수다. 그걸 갈등이라고 써버리면 악의가 있다거나 무지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다른 영화사를 합병할 계획이 있나.
=없다. 영화계 안에서 세 싸움하고 싶지 않다. 좋은영화의 경우 양쪽의 결핍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거고. 다양한 레이어가 존재하는 스펙트럼의 구조가 아니라면, 비슷한 성향의 회사가 자꾸 뭉쳐서 커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배급은 언제 하나.
=때가 되면 한다. (웃음) 아직도 끊임없이 CJ쪽에 시나리오가 가고 있다. 앞으로 7편쯤 그쪽에서 배급한다.

-그때는 언제인가.
=체력도 없는데 무리하게 시도했다가 1차 시기에서 맥없이 역기 내려놓고 싶지 않다. 100kg 들 수 있을 때 80 정도 들면 모양도 좋고, 몸에 무리도 없다. 회사 재정이나 운용 자금이 좀더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

-극장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갖는 우려인가.
=극장이 없는데 배급사업에 진출하려면 라인업이 강해야 한다. 품새는 뛰어나고, 리스크는 적은 영화들을 컨베이어 벨트에서 착착착 내려놓을 정도가 돼야 한다. 1년쯤 블로킹당할 수 있다. 그걸 버틸 체력이 없으면 못한다. 1년 돈 안 벌어도 좋아, 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극장도 좋은 영화 걸지 않으면 굶는 거니까.

-해외 프로젝트가 있나.
=펀딩 포함해서 일본쪽과 아시아 시장에서 유통가능한 영화들을 계속 준비 중이다. 중국은 뭘 하고 싶은데 당장 현금화가 안 되는 시장이니까 아직은 좀. 유럽이나 미국쪽에 어필할 수 있는 영화들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무슨 글로벌 프로젝트를 해서 할리우드 주류시장을 겨냥한다 그런 건 아니고. 파일럿영화처럼 물기를 재볼 수 있는 타진이 필요하다. 그 시장 안에서 아시아영화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가, 어떤 사이즈의 영화가 어떤 유통망을 탔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체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2개 정도 준비 중이다. 뭐든, 차근차근 할 거다.

유서애

2006.11.10 18:12
*.106.133.188
차승재 대표님 알면 알수록 대단하신 분이라는 탄성만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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