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9-11-03 00:11:45 IP ADRESS: *.110.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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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 '하녀' 하차 "뒤통수 모질게 맞았다"

김수현 작가가 영화 '하녀' 리메이크작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수현 작가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뒤통수 모질게 맞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하녀' 시나리오는 최종적으로 약 일주일 전에 완전 회수했다"고 밝혔다.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하녀' 리메이크작은 김수현 작가가 1992년 '눈꽃' 이후 17년 만에 영화 대본 작업에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또한 전도연이 영화 '멋진 하루' 이후 1년여의 공백을 깨고 복귀작을 '하녀'를 선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기영 감독의 1960년 '하녀' 원작은 불륜과 살인, 비틀린 욕망이 불러온 한 중산층 가정의 파국과 몰락을 그린 작품으로 파격적인 스토리와 에로티시즘, 스릴러 장르의 교과서로 손꼽히는 탄탄한 구조, 당대 톱스타의 출연 등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며 개봉 당시 최고 흥행작에 오른 바 있다.

하차 관련 글에서 김수현 작가는 "제작자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해 2개월에 걸쳐 대본작업에 매달려 끝냈으며 감독 선정을 놓고 '안 된다'는 제작자를 설득해 임상수 감독을 추천했다"며 "하지만 추석 직전에 임 감독으로부터 대본을 받아보고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정 보완의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임상수 시나리오로 다시 쓴 대본이었다. 내 대본에서 살아 있는 것은 초입의 한 장면 반토막과 나오는 사람들 이름뿐이었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며 "그래서 그의 대본이 훌륭했으면 이의 없이 '그대 대본이 더 훌륭하니 그대 대본으로 하십시오' 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 제작자와 임 감독은 감감무소식으로 자기들 식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던가 보다. 약 일주일 전에 제작자와 통화해서 빠진다고 했더니 임 감독이 용서를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임 감독의 메일에 '사과 필요 없고 야단칠 의욕 없고 용서 할 수 없다'는 답장으로 마무리했다. 내 대본이 자기(임상수 감독)가 다룰 수 없을 만큼 조악했으면 간단하게 '나는 이 대본으로 연출 못하겠습니다' 하고 연출 포기를 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고 임 감독을 비판했다.

다음은 김수현 작가의 글 전문이다.

[img1]

김수현의 '하녀' 시나리오는 최종적으로 약 일주일 전에 완전 회수했습니다. 간단히 경위를 설명하자면 제작자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해 휴가 중에 2개월을 대본 작업에 매달려 끝냈습니다. 감독 선정을 놓고 '안된다'는 제작자를 설득해서 임상수 감독을 추천했습니다. 임감독을 강력 추천한 것은 그의 연출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제작자와 계약 당시 대본 수정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수정해야하는 이유로 나를 납득시키면 이의없이 수정해 주겠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감독과 한 차례 만나 이런 저런 잡담을 했었고 '당신의 능력을 믿으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마음 놓고 보충해 봐라. 내가 납득할 수 있으면 받아들이겠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추석 직전에 임상수 감독의 대본을 받아보고 황당하기 그지 없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건 수정 보완의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임상수 시나리오로 다시 쓴 대본이었습니다. 내 대본에서 살아 있는 것은 초입의 한 장면 반토막과 나오는 사람들 이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대본이 훌륭했나. 그랬으면 나는 이의없이 그대 대본이 더 훌륭하니 그대 대본으로 하십시오 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추석 전날인가 그 부근에 다시 감독을 만나 얘기했습니다. 도대체 대본을 다시 썼어야하는 이유를 물었으나 그의 대답은 '이건 선생님 대본이에요. 선생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저보고 처음부터 이걸 쓰라고 했으면 저는 이렇게 못썼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우격다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임상수 시나리오를 용인할 수가 없으니 어쩔 거냐 했더니 한번 믿고 그래 네 마음대로 만들어봐라 할 수는 없냐고 우기다가 마지 못해 '할 수없죠' 제가 선생님을 따러야죠'했습니다. 그러고 내가 그의 대본 중에서 골라 쓸 수 있는 게 있으면 수정본에 끼워넣어주겠다하고 헤어졌는데 그후 감감 무소식으로 제작자와 임감독은 자기들 식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던가봅니다.

약 일주일 전에 제작자와 통화해서 사실확인을 하고 내가 '빠진다'했더니 임감독이 이메일로 간단한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시간을 내 주신다면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야단 맞고 용서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는데 '사과 필요없고 야단칠 의욕없고 용서 할 수 없다'는 답장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이 작업에서 김수현이 빠진다면 자기는 세상에 도둑놈 사깃군 밖에 안되냐는 소리도 있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는 내 대본이 자기가 다룰수 없을 만큼 조악했으면 간단하게 '나는 이 대본으로 연출 못하겠습니다'하고 연출 포기를 했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아이들이 무섭다는 실감으로 등골이 써늘합니다. 나의 '하녀' 대본은 임감독 빼고 일곱사람이 읽었습니다. 한 사람만 민간인이고 모두 이 계통 사람들입니다. 평점 아주 잘 받았습니다.하하. 홈페이지에 시나리오 전편을 올릴테니 흥미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십시오.

[SSTV | 박정민 기자]

2009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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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9.11.03 00:19
*.110.20.80
개인적으로 저는 김수현 작가를 잘 모릅니다
제가 잘 아는 사람은 임상수 감독이죠

그런데 임감독이 된통 걸렸군요?
김작가가 나쁘다거나 잘못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것은 "임상수가 김수현한테 걸린 것"이 아니라
"충무로 감독이 시나리오작가한테 걸린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작가가 당한 방식...으로 당하고 사는 시나리오작가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가까운 친구인 임상수가 곤경에 빠진 것은 안타깝지만
이 기회에 충무로 감독들의 '작가 우습게 보기'가 논쟁거리로 떠오르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감독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고, 작가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충무로의 모든 영화인들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profile

명로진

2009.11.04 14:11
*.192.225.121
개인적으로 저 역시
임상수 감독을 잘 알죠. ㅋㅋㅋ

임상수 형과 통화했는데
예의 씩씩하게
"그렇지, 뭐~" 하더군요.
뭐가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쨋든.......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와 감독이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명제가 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profile

장영님

2009.11.05 20:24
*.254.229.106
아마 김수현 작가를 이기긴 힘들 것 같습니다~싸웠다 하면 백전백승 이라...
임상수 감독이 김수현 작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profile

심산

2009.11.05 23:32
*.110.20.80
영님, 하나만 보고 둘은 안 보네?
김작가는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한 거야
이제 와서 더 이상 뭘 어쩌겠어...?

오호진

2010.01.11 22:21
*.37.194.130
영화사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심산 선생님 말씀 100% 동감...

박범수

2010.01.14 05:05
*.55.158.177

저도 심히 공감합니다...
허나 이번 사건이 영화판의 '작가 우습게 보기' 관행에 그닥 영향을 끼칠 것 같진 않습니다.. ㅎㅎ

김작가님의 본업(드라마 작가)이 아니기에 가능했고..
인지도는 물론이거니아 경제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으신분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저.. 어느쪽은 안타깝고... 어느쪽은 부럽고 그럴뿐입니다~


암튼... 잘은 모르지만 까칠한 매력이 있으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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