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8-03-24 16:14:06 IP ADRESS: *.13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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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형영정.jpg

 

산행은 첫껌 단물보다 달콤한 것

정광식에게 주는 박인식의 조시(弔詩)

 

정광식은 제가 좋아하는 산 선배입니다. 며칠 전 네팔에서 죽었습니다. 박인식 역시 제가 좋아하는 산 선배입니다. 정광식을 가장 아끼던 선배이기도 했습니다. 박인식 형이 정광식에게 주는 조시를 보내왔습니다. 대학산악연맹과 한국산서회를 통하여 발표했습니다. 그 시의 전문을 여기에 싣습니다.

 

정광식이 보여줬네

 

박인식/대학산악연맹 4, 연세대OB

 

인생은 껌팔이 같은 것

산행은 첫껌 첫물보다 달콤한 것

추락하는 모든 인생이 밥벌이 껌통을 들고 있다면

추락하는 모든 산행은 첫사랑 첫껌 향기를 품었네

 

사람보다 산을 사랑한 벌

산쟁이 추락사 운명은 향기롭고 달콤할수록

 

외로운 법

결코 이룰 수 없는 첫사랑이었기에

아무리 사랑해도 산은 저 홀로 거기 있기에

클라이밍은 고독한 골짜기에서 일어나는 고독한 사건일뿐

먼 네팔 산골짜기에서 하늘길 오르는 톱자를 묶고

너는

추락사의 이름으로

영원한 첫사랑을 오르네

거기서 지구에는 없는 또 다른 영광의 북벽을

오르네

 

2018년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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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18.03.24 16:17
*.139.1.130

인식이 형의 시가 슬프고 아름다와서 몇 번이고 되뇌어 봅니다

 

산에 오르지 않는 인간들의 삶이 고작해야 껌팔이요 밥벌이 껌통이나 들고 있다면

비록 추락사의 운명을 타고난 산쟁이의 삶이라도 '첫사랑 첫껌 향기'를 품고 있으니

그나마 더 나은 삶이 아닐까...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광식형의 유골이 서울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는 형의 영정 앞에 소주 한잔 올리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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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2018.03.25 02:08
*.173.131.1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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