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6-02-12 17:29:57 IP ADRESS: *.13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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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36기 수강후기 발췌록

2015년 9월~2016년 2월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즐기다 보니”

 

다른 동기들보다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초가 많이 부족했던 저.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등 영화의 기본도 잘 모른 채 이 수업을 들었지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했다는 게 신기합니다. ㅎㅎ 첫 수업 때(다른 분들은 두 번째) 심산선생님을 처음 뵀었는데, 저 사람은 뭐지...술 냄새 풍기며(앞줄에 앉았거든요 ㅎㅎ) 자기가 본 영화 얘기만 하다 가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선생님 얘기 들으며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덧 시나리오 기초 작법 지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더군요. 더불어 시나리오에 대한 흥미도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선생님은 왜 이렇게 못 만드니 하셨지만..ㅜㅜ) 시나리오 쓰는 순간순간들이 정말 너무 재밌고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이 초심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채정신).

 

“베스트 오브 베스트, 리뷰의 끝판왕”

 

창작에 대한 욕구로 도서관에서 처음 접했던 작법서가 [시나리오 가이드]였다. 영화나 스토리텔링에 대해 전혀 무지하던 때였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작법서라고 느꼈었다. 이후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와 [시나리오 마스터], 그 이외의 작법서도 많이 샀지만 여전히 내가 가진 작법서 중 최고는 [시나리오 가이드]였다. 이 책을 쓰신 심산 선생님의 수업은 예전부터 듣고 싶던 차에 마침 개강하는 시기에 시간이 맞아 수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생님의 수업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여러 차례 타 기관의 시나리오 수업을 들어봤지만 강의 내용면으로는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대부]에서 튀어나온 악당 같은 선생님의 독설도 자꾸 듣다보니 은근 중독성이 있다. 뭔가 더 욕을 먹어야 할 것 같고 선생님이 은근히 그리워진다. 왠지 마피아 게임을 하러 엠티를 한번 더 가야할 것 같다. 육개월의 수업이 끝나버린 것이 지나간 뒤에 많이 아쉽게 느껴진다.

 

수업을 들으며 가장 쇼킹했던 것은 ‘맞는다’는 것이다. 중.고교 시절 우리 때만해도 체벌이 당연시되던 때였어서 맞는 것이 익숙했지만, 그 이후로는 매를 맞아 본적은 없었다. 물론 딱! 소리만 크고 아프진 않지만 뭐랄까 정서적 충격이었다. 사실 심산스쿨 수업을 듣는다고 스터디를 함께 했던 아는 동생에게 말하자, '그 수업 별로래요. 때린대요.'해서 '에이, 설마. 헛소문이겠지. 요즘 세상에 누가 수업에 때려?.'했는데 진짜 때린다. 와. 이건 뭐지.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맞아야 하나? 퍽. 나는 이미 맞고 있다. 헐...

 

시나리오 리뷰에 있어서는 선생님은 거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어지간해선 선생님께 좋은 얘기 듣기 힘들다. 물론 칭찬을 듣자고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 수업의 과반수 이상이 시나리오를 처음 쓰는 초보라는 것이다. 걸음마 단계의 아이에게 왜 못뛰느냐고 때리는 느낌이다. 어느 작법서에서도 본 글귀인데 초고는 버리려고 쓴다는 말이 있다. 채찍질도 중요하지만 대안을 제시해주며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적어도 처음 쓰는 사람에겐 말이다.

 

선생님이 제시해주시는 대안이나 아이디어들은 정말 말이 안되는 이야기도 말이 되게 만드는 신의 한수가 많았다. 특히 글을 크게 흔들지 않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 디밸롭 가능한 방향을 잡아주시는 것은 정말 좋다. 지금보다 혼은 조금 덜 내시고 부족한 어린 양들에게 우쭈쭈해주시면 좋겠다. 어차피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하는 게 이 바닥인데 굳이 상처 줄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김혁).

 

"몽상가들만 양산하는 모든 영화과 수업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책을 읽은 게 2006년쯤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술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제작하는 단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여러 책들을 추천받으면서 선배가 가지고 있던 책을 빌려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있다 2009년 즈음에 대학에 입학하고 심산스쿨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면서 수강을 고민하다 당시로서는 수강비용에 압박을 느껴 나중에 돈 생기면 듣자고 미루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장편 시나리오를 쓰자고 마음 먹은 게 2011년이었는데 제목까지도 선정했지만 어떻게? 어느 정도의 분량을 완성해야 될까에 대한 개념 없이 막연하게 아이디어 떠오르는 것 만 노트에 끼적이며 미적미적 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면서..,많은 시나리오 작법서들을 읽어봤지만 실제 시나리오 형태의 글로서는 장편시나리오를 한 페이지도 쓰지 못한 게 수업을 듣기 전의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예고, 영화과 대학, 독립영화 찍는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각자만의 작품세계들에 대해 토론하고 작업했었지만 문득 제가 좋아하는 헐리우드 취향에 맞는 작품을 만들려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었습니다. 선생님이 수업 초반부에 얘기해줬던 3대 영화제에 인기 많고 선재아트시네마에 맞는, 대중적으로 전혀 어필되지 않는 예술 한다는 분들이 많아서 속으로 답답해하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라는 의문도 몇번씩 들었습니다. 수강 전에 몇몇이 “시나리오 쓰는 거를 굳이 배워야해? 그 돈으로 단편영화나 만들어.” 등의 얘기도 들으면서 갈등했었지만 장편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상업영화로의 입봉을 시도했던 많은 선배들의 추천을 들어 과감하게 신청했습니다. 이후 심산반 수업의 첫강부터 실제적인 영화 현장의 생리구조를 들으며 제가 하려는 영화관이 시장에서 요구로 하는 것과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확신이 듬과 동시에 커다란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드는 예시영화들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로 많이 들어서 놀랐습니다. 궁극적으로 낙동강 오리알처럼 표류하던 입장에서 마치 찾아야 될 터전을 찾은 듯 매 수업이 기다려지고 일주일마다 가장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 주 1회가 아니라 주5회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매순간 저의 부족함을 자각하게 되거나 선생님의 쓴소리와 매를 받는 순간에는 아프면서도 동시에 즐겼던 것 같습니다.) 첫 수업부터 48시간의 유예시간을 주고 수강철회를 얘기하시는 선생님과 중간과제인 장편 시나리오 베껴쓰기와 각자 장편 시나리오를 제출한다는 게 가능한가? 라는 중압감과 취업학교라 생각하라는 말씀에 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하드 트레이닝이 되겠구나라고 각오를 단단히 다지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업은 최고라는 흔한 수식어로 채우기에는 너무나 값진 수업이었습니다. 장편 시나리오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해주는 시스템과 어떤 이야기에서든 살려낼 가능성을 찾아내는 선생님의 리뷰는 수강료의 몇 배로 얻어가는 수업이었습니다. 자기 돈 없이 영화감독 한다는 모든 영화과 대학생들을 멱살 잡고 끌고 와 수업을 듣게끔 하고 싶을 정도랄까요? 몽상가들만 양산하는 많은 영화과 수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고 현실적으로 살아남게끔 만드는 실전전문 교관의 부트캠프 같았습니다(한편으로 미국의 AFI 같은 영화과가 국내에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었구요).

 

수업은 절대 떠먹여주는 수업이 아니기에 듣는 것과 동시에 과제를 해가면서 많은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는 시간이기도 했었습니다. 살면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잠들지 않고 버틴 시간의 신기록이 갱신될 정도로 고생하기도 했었고, 막연했던 장편 시나리오를 구체화 시키고 머리로 짜내느라 뇌에 과부화도 여러 번 왔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들이 프로작가들의 시선에선 햇병아리 수준이라는 점이 유머 같지 않은 유머로 다가왔죠.

 

수업의 후반부에 와서 저로서는 얻은 게 많았지만 시나리오를 기간 내에 완성치 못했기에 씁슬한 패배를 떠안고 가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5년 동안 끌고만 있던 시나리오를 말로만 한다고 떠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써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뒷풀이에서 선생님이 ‘무엇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가?’ 라는 질문에 만들고자 하는 영화, 이야기를 완성해나가고 이것이 완성되어 대중에게 인정받고 그들이 원하는 작품의 크리에이터가 되는 순간이야말로 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다라고 답할수 있습니다. 물론 머나먼 목표에 달려가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확실하다고 믿고 시간과 노력에 전혀 아깝지 않다고 확신이 들게끔 만든 것은 모두 심산선생님과 같이 수업을 들었던 동기분들 덕분입니다.

 

최민식 배우님의 은사였던 안민수 선생님의 책 [배우수련]에 담긴 최민식의 추천사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눈물겹습니다… 그리고 정말, 다행입니다. 다시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이창범).

 

“미국에서 본 [비트]의 작가를 만나 그에게 배우다”

 

[자살미용실] 초고를 마치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는데, 단순한 감상평 이상을 넘어 시나리오 수정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얻기 힘들었다. 프로페셔널한 피드백을 듣고 시나리오 공부도 더 하기 위하여 시나리오 스쿨을 찾게 되었고, 심산스쿨 36기에 8주 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시카고 교외에 있는 기숙사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에 [비트]를 비디오로 봤다. 10시 반 이후에는 방 밖에서 나오면 안되는 것이 교칙이었는데, 한국 친구들과 시청각실에서 몰래 비디오로 밤 12시에 봤다. 영화가 끝난 후 열광을 하다가 기숙사 수위에게 걸려서 주말 동안 근신처분을 받았다.

 

아버지가 종종 우편으로 [프리미어], [씨네21], [키노] 등의 영화잡지와 영화서적들을 보내주셨는데, [한국영화 시나리오 선집]에 [비트] 시나리오가 있었다. [노는 계집 창], [초록 물고기] 등의 시나리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비트]와 [넘버 3]를 가장 많이 읽었다. 무엇보다 두 시나리오가 페이지가 가장 잘 넘어갔다. "나에겐 꿈이 없었다" 로 시작하는 민의 대사가 아직도 기억난다. [비트] 시나리오에서 신기하다고 느꼈던 것은 영화와 다른 부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넘버3] 시나리오에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구두닦이 소년이 나왔었고, 영화에서는 추가적인 대사가 있었다. [비트] 시나리오와 영화의 유일한 차이점은 액션 씬에서 나오는 음악 정도였다(시나리오에는 마릴린 맨슨, 영화에는 크래쉬의 내가 그린 원안에서). 열혈 영화 소년이었던 90년대 후반의 추억 한구석에 있는 [비트]를 쓰신 선생님의 수업이기에 많이 기대가 되었다.

 

첫 수업에서 시나리오를 냈던 동기가 리뷰를 듣다가 선생님에게 욕을 먹으며 엉덩이를 걷어 차였다. 욕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생소했다. 베껴쓰기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선택했는데, 이미 두 번이나 본 작품임에도 다른 시각으로 다가왔다. 카메라의 위치, 조명, 연기 톤 등을 디테일하게 바라보며 내가 왜 진작 베껴쓰기를 하지 않았을까 반성했다. 요즘은 [슬럼덕 밀리어네어]를 하고 있다.

 

내 시나리오를 리뷰 받을 때 욕을 많이 먹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는데 한쪽 안면근육이 씰룩거렸다. 그 와중에도 선생님과 동기들의 피드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펜대를 굴렸다. 뒷풀이 때 선생님께 더 많은 피드백을 들었는데, 막힌 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안개 속에서 헤매다가 길을 찾은 듯 했다. 아마도 리뷰를 받아본 동기들은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 시나리오가 상업화 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갖던 나에게 선생님의 격려는 큰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프로페셔널한 분의 말씀이기에 더 신뢰성이 갔던 것이다.

 

이 수업을 들은 동기들의 목표는 다들 다르겠지만, 나에겐 심산스쿨이 추구하는 바가 잘 맞았다. <팔 수 있는 시나리오 써서 입봉하기>. 독립장편영화 작업을 하며 내 자신에게 다짐했다. 다시는 독립영화를 하지 않겠노라고. 돈 없이 영화 찍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촬영장비 트럭도 운전하고 스태프와 배우 밥까지 사러가면서 연출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촬영 중에 주연배우에게 큰 사고가 날 뻔해서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엉엉 울기도 했다.

 

나는 지루한 영화가 싫다. 나의 목표는 영화제에 가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돈 주고 내 영화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보러 가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영화들은 나도 재미있게 본 작품들이 많았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듣다보니 '아, 그래서 그랬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난 우리 동기들이 좋다. 영화학과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학과 학생들을 싫어했다. 자기가 이미 스필버그나 조지 루카스인냥 거들먹거리면서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증스러웠다. 심지어 실력도 형편 없었다! 심산스쿨 동기 중에 그런 위선자는 없었다. 유쾌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진지했고, 서로의 작품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사려 깊게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 좋았다. 늦게 합류하고 인상도 그닥 안 좋은 나를 편하게 받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었으면 좋겠다. 2주 후 부터 시작 될 상급반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이용대).

 

“글쓰기 대신 연출에 집중하기로 결심하다

 

나는 2년제 영화과를 다니면서 영화과 친구들보다 현대미술작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예술영화만 봤다. 장편영화제작은 집이 불타면서 얼떨결에 지원 받아 찍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하루 아침에 집이 없어지다 보니까 글 쓰는 것이 절박했었다. 아무튼 플롯이 없는 실화바탕의 대본으로 지원을 받았는데, 각색 과정에서 나는 도대체 왜 이 대본을 돈 줬는지 모르겠더라.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열 번 넘게 대본을 고치면서 겨우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단순했다. 정해진 예산이 적다보니까 보여지는 장면들도 제한적이게 되고, 무엇보다 장르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슈팅 대본을 쓰면서도 머릿 속에는 스릴러 형태의 다른 이야기를 생각했었는데, 이 모든 생각들이 다 부질없었던 게 나는 실력이 없었다. 맨날 예술영화만 봐왔었고, 장르 영화의 이해도가 매우 떨어졌었다. 그 사실이 너무 슬펐다. 어떻게 고치면 재밌을 수 있는지 전체 그림은 보이는데,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현 상태에서 최상의 대본은 내가 들고 있는 대본이란 걸 인정했다.

 

촬영 후, 정신줄을 놓고 놀았다. 말 못할 후유증 때문에 현실만 도피하다가 5개월이 지나고, 편집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찍어놓은 영화의 아쉬움과 더불어 이제는 아주 조금 알 거 같았다. 매일 로버트 맥키 책을 읽으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는 연출자가 추천해준 곳이 바로 심산스쿨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글 쓰는 일에 목매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나에게 아주 큰 결심이고, 좋은 선택과 결정이다. 나는 영화 연출 공부에 더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내가 글쓰기보다 잘하고 싶은 것은 연출이고, 기획이다. 좋은 작가와 함께 공동작업을 하고 싶다. 나는 수업 시간 동안 시나리오 한 편 못낸 바보지만, 심산반을 수강하면서 난생 처음 피칭이란 걸 해보고, 그 이후, 두 곳에서 피칭해서 오백만원쯤 벌었다. 정말로 신나는 일이었다. 매주 만나는 회사 다니는 언니 오빠들에게 백수인 나는 큰 자극을 받았고, 항상 응원해주는 언니 오빠들 덕에 용기를 얻었다. 아마도 심산스쿨의 최대장점은 똘똘 뭉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열어준 것 아닐까? 이런 곳이 없다. 정말..

 

마지막으로...나는 심산 선생님이 너무 좋다. 온갖 음담패설과 욕이랑 다 좋다. 여성 비하 발언도 좋다. 심산반에서 볼 수 있는 선생님의 연기는 일품이다. 선생님은 배우를 하셔도 된다. (선생님의 필모를 보니 이미 많이 하셨음..ㅋㅋ) 나는 심산반 수업이 선생님의 원맨쇼를 보는 것만으로도 수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 선생님 사랑해요(임다슬).

 

“처음으로 한번도 안 빠지고 필기도 가장 많이 한 수업”

 

우선 6개월 동안 너무 수고 하셨습니당. 제가 생각해도 저는 좀 모자란 인간이라 수업하시면서 막막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죄송하고 부끄럽고 뭐 그렇기는 한데... 8월에 시작하는 상급반에서는 더 좋아 질 거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태어나서 A4용지 5장 이상 글을 써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보여준 적은 더더욱 없었는데 내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듣고, 대안을 같이 고민하는 과정이 저에겐 큰 행운이었던 것 같네여. 많이 배우고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이 거듭 될수록 "내가 이런 것도 모르면서 시나리오 쓰겠다고 생각했구나" 라는 부끄러움에 몸둘 바를 몰랐는데 수업이 다 끝나고 나니 "배운대로만 하면 어찌되든 마무리는 낼수 있겠다"라는 작은 자신감도 생겼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안 빠진 수업이고, 필기를 가장 많이 한 수업이며, 짧아서 아쉽다라고 느낀 처음이자 마지막 강의가 아닐까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박시현).

 

“그 밥상에 올라갈 반찬들이 어떤 맛인지”

 

학원 등록하기 전에는 '심산'이 사람이름인지도 몰랐다라고 얘기한다면 영화에 대한 저의 무지함이 느껴지실라나요? 그 정도로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바닥에 가까웠던 제가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영화에 눈을 뜨는 것 같은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됐고, 무엇보다 동기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심산스쿨과 함께한 6개월이 제 인생의 엑기스 같았던 순간인 건 확실하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제가 생각했던 수업방식과는 확실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써보지 못했던 터라, 시나리오 쓰는 법에 대해서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대와는 달리 선생님은 시나리오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려주셨던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심산스쿨 어때?'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럼 제가 하는 말이 있죠. "밥상 차리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요. 다만 그 밥상에 올라갈 반찬이 어떤 맛인지를 알려주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교육법을 깨닫긴 했지만,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지라 올라갈 반찬 맛은 알겠어도 스스로 차릴 방법은 아직 못찾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시나리오라고 하기 부끄러운 [꽃미남 네일샵]에 '끝'이라는 단어를 썼던 그 순간의 환희를 기억하면서..ㅎ(김나영).

 

“독설 속에 담긴 애정과 관심”

 

2009년이었던가? 당시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군인으로서도 초보였던 소위 신분의 나는 6년이나 남은 군 생활에 열중할 생각은 안 하고 전역 후 뭘 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강릉의 작은 부대에서 매일 힘든 소대장 업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서 노트에 인생의 갈림길을 그리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날 인천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핸드폰에 담긴 [적벽대전]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재밌게 보고 난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끝났지?' 여기서 시작된 의문이 머릿속에서 점점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어린 시절 꿈꿨던 만화 스토리작가의 꿈이 생각나면서 그동안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줄로 꿰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자! 6년 동안 공부하면 뭐라도 안 되겠나!"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깨달았을 때의 감정이 이런 건가.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고 온 몸에 엔돌핀이 넘쳐 흘렀다. 그 길로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영화 시나리오 작법서 중 가장 쉬워보이는 책을 골랐는데 [시나리오 로그인]이라는 거의 초등학생용 시나리오 작법서였다. 내용도 초등학생 수준으로 시나리오에 대한 소개에 그쳤지만 그 책은 나에게 영화 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었다. 왜냐하면 그 책의 맨 뒤 부록에는 그 다음에 읽으면 좋은 시나리오 작법서들이 줄줄이 추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부터 시드 필드의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데이비드 하워드와 에드워드 마블리의 [시나리오 가이드] 등등 지금 생각해도 걸출한 작법서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거기에 심산 선생님의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나는 심산스쿨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심산스쿨의 심산반 수업을 무려 '반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수료하게 되었고 선생님이 첫 시간부터 “수강생들의 자살사고예방을 위해 힘써 달라”(ㅋㅋㅋ)며 맡겨주신 이 직함은 나를 더욱 더 달려들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한 명의 자살 사고자 없이 무사히 수업을 마쳐 역할을 다한 것 같다(그러나 내가 자살충동을 느끼긴 했었다),

 

심산스쿨의 수업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온 지망생들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는 수업이었다고나 할까. 아니다. '매운 맛' 정도의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선생님과 마주 앉아 "저 시나리오를 쓰고 싶습니다." 라고 하는 학생에게 그 자리에서 컵에 담긴 얼음물을 얼굴에 끼얹으며 "좆까! 니까짓게 무슨 시나리오야!"라고 호통을 치는 그런 수업이다. 게다가 얼음물은 한 번이 아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싶습니다." 말 할 때마다 촥! "저 시나리오 쓰고..." 촥! "제가 시나리오를.." 촥! "시나.." 촥! 온 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얼음물 세례를 받는다. 정말 무시무시한 수업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은 대쪽 같고 열정적이며 시니컬한 시어머니의 자세로 얼음물을 뿌리신다. 수업이 끝날 때쯤엔 우리 모두는 거의 부잣집 아들을 포기해야 하는 서민 며느리가 되어 젖은 얼굴을 닦는 것조차 지친 상태가 된다. 아마 심산스쿨 수업을 들으려는 사람 중에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마음을 접고 도망갈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수업이 끝난 지금 과연 나는 만족스러운가?

 

수업이 끝난 지금은 만족을 넘어 은혜를 입은 느낌이다. 나의 지난 7년의 복잡했던 군 생활이 정리가 되면서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선생님의 얼음물은 효과가 있었다. 연이어 날아오는 얼음물 세례를 받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보면 어느덧 시나리오의 세계는 이런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감히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덤볐던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뭉게구름처럼 어렴풋했던 시나리오 작법의 개념들이 선명하게 손에 잡힐 듯 명확해진다(적어도 머릿속으로는).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영화판에 뛰어드는 순간 얼음물이 양동이 채로 쏟아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알게 해주고 덤으로 같이 얼음물 세례를 받았던 동기들과의 전우애까지 얻을 수 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군인과 민간인밖에 없던 나는 심산스쿨에 와서 영화인들을 만났고 작법서를 통해 글로만 외우고 있던 시나리오 작법은 '이 어려운 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엄두가 안날 정도로' 이해가 되었다. 이제 모든 수업이 끝나고 심산스쿨을 떠나게 되니 선생님의 독설 속에 담긴 애정과 관심이 느껴져서 눈물이 난다. 사실 안 난다. 그 정도로 감사하다는 의미다. 선생님은 군인으로 치자면 사단장급의 연세이신데도 권위의식 없이 우리를 대하셨다. 실제로는 대한민국에서 시나리오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임에도! 게다가 우리들과 거의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계신다. 이 글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과 존경스러움을 표한다.

 

그러나 상급반 수업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심산스쿨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길을 찾아 연마하고 싶다. 그래서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들고 상급반을 찾을 것이다. 그 때 다시 선생님께 "저 시나리오를 쓰고 싶습니다." 라고 했을 때 "좆까! 니까짓게 무슨.."하며 얼음물을 던지시면 입으로 받아서 얼음을 아그작아그작 씹어먹을 것이다.

 

선생님이 항상 "너희는 Writer가 되고 싶은 건 맞니?"라고 물으시면 처음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서점으로 달려가 [시나리오 로그인]을 살 때를 떠올린다. 나는 시나리오가 쓰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나의 최종 목표는 영화감독이지만 대니 보일이나 리들리 스콧과 같은 감독이 아닌(물론 두 사람도 존경하고 나는 그 분들 발끝도 못 따라간다는 것을 안다) 타란티노나 봉준호 감독처럼 내 이야기를 가지고 연출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나리오를 후벼팔 수밖에 없다. 0점 짜리 시나리오가 70점 짜리가 될 때까지. 계속 쓰는 수밖에 없다. 아직은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계속 쓰고 또 쓰다 보면 분명히 될 거라고 믿는다. 쓰자. 계속 쓰자. 선생님이 노래방에서 불러주신 '넌 할 수 있어.' 노래처럼. 나는 할 수 있다! 난 심산스쿨 출신이잖은가!(김형동).

 

“작가 선생님의 구라빨과 놀라운 리뷰”

 

어느 날 밤 도저히 회사를 더 다니기 싫어서 사람인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8년간의 직장생활도 오랜 욕망을 사라지게 만들진 못했다. 여전히 나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새로운 일을 찾아보려고 구직사이트를 뒤지는데 사람이 간사해 늘어지는 것이 혓바닥이고 돌아가는 건 잔대가리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다른 일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서 경력은 다 인정받아야겠고 연봉은 비슷하게 받아야하는데 어쩌나 이런 저런 자잘한 조건들을 걸고 또 걸면서 찾다보니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였다. 결국 이런 방식으론 내 인생이 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문득 학교 후배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심산스쿨이라고 있는데 괜찮다더라...그래서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왔다. 윗 기수 선배들이 지금 나처럼 작성했을 수업리뷰를 찾아서 읽었다. 자기 발로 찾아와 6개월간 들은 수업 리뷰에 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마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듣는다는 사람도 있었고..썩 괜찮은 수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내가 이 수업을 듣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밤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와이프에게 나 영화 시나리오 학원 다닐 거니까 그리 알아! 학원비는 주식 팔아서 할 테니까 신경쓰지말라며 가부장적으로 통보했다. 아내는 코웃음을 치더니 반토막 난 주식 팔아 뭘 하냐며 어쨌든 한번 해보라고 학원비를 내줬다.

 

영화는 좋아하지만 잘 모르고 학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 나에게 이 수업은 참 놀랍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모르니까 듣는 것들이 다 새롭고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개념은 학문적으로 정립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수업시간이 끝나면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강하게 됐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수업을 들으면서 내 시나리오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계속 비교하며 들었던 탓 같다. 그래서 아 저런 내용이 내 시나리오에는 없구나 빨리 가서 저런 내용을 추가해야지.. 하는 느낌이랄까? 여튼 시나리오를 쓰고자 하는 사람에겐 몰입감이 아주 뛰어난 수업이다.

 

수많은 영화를 실례로 들며 시나리오 작법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을 보면 어쩜 저리 청산유수일까 싶었다. 20년 가까이 수업을 해오셨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작가 특유의 속칭 '구라빨'이 정말 대단한 분이다. 신나게 선생님의 영화이야기를 듣다보면 2시간이 모자랐다. 심산스쿨 캠퍼스가 사라지고 토즈로 옮기면서 보통 10시 11시까지도 하던 작법수업 시간이 줄어든 것이 매우 아쉽다. 아직 더 배우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섭섭함이 든다. 물론 이 아쉬움은 상급반에서 채울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수업의 백미는 리뷰다. 선생님께 시나리오 리뷰를 받기 위해 이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뷰를 받지 못하면 벌금만 잃는 것이 아니라 수업료를 통째로 다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엉망진창인 시나리오 틈새에서 그나마 쓸만한 재료들을 툭툭 털어서 됨직한 방식으로 재가공해 내는 선생님의 리뷰는 들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작법서에서 나오는 이야기건.. 내가 다른 사람의 리뷰를 쓰면서 하는 말이건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 그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의 리뷰는 시나리오가 가져야할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니 시나리오에 적용하려면 요러요러한 부분들이 이러저러하게 바뀌어야한다는 식을 넘어 아예 이러이러한 설정으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정도까지 간다. 리뷰를 통해 내 시나리오가 새롭게 바뀌는 경험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함께 수업들 들었던 동기들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동지들이다. 잠시 한눈을 팔면 100개 200개가 넘는 리플이 달리는 메신저를 통해 열렬히 안부를 묻고 서로의 시나리오에 두팔 걷어붙이고 리뷰를 달아주던 형 동생 친구들을 얻은 것은 이 수업이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결과적으로 이 수업은 나에겐 어떠한 모맨텀이 되었다. 그것이 어떻게 자라날지 아직은 확실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듣고 나서 나의 삺은 이직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무료한 그것과는 아주 크게 바뀌었다. 여러모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심산선생님과 동기들 모두에게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린다(손홍구).

 

“내가 쓰고자 했던 이야기와 돈이 되는 시나리오의 차이”

 

재작년 여름, 출판사 인턴을 한 달 만에 그만두고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심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던 한 달을 보상받기 위한 일종의 도피성 유학이었다(저도 선생님처럼 남 밑에서 일 못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데 어떻게 먹고 살죠......). 이미 회사를 다니거나 취준생의 신분으로 살고 있던 친구들은 돌연 뉴욕으로 떠나는 나를 부러워했지만, 항상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걷던 나는 내심 불안했다. 한국 나이로는 스물여섯이었으나 국제 나이로는 투애니포라서 외국 친구들에게 나이 많다고 징징대면 되레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내 삶의 터전은 한국이었으므로 뉴욕에서 열심히 먹고 놀면서도 한국에 돌아가면 26.5세가 되는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 다닐 때 소설이 쓰고 싶어서 복수전공으로 스토리텔링이란 걸 했다. 그러면서 단편시나리오 쓰는 수업을 들었고, 영화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어학연수 목표 중 하나가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8주 과정 필름메이킹 수업을 듣는 거였다(아마 그때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살이 찐 거 같다.......). 아쉽게도 영어가 후달려서 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걸 얻어내지는 못했다. 영화라고 부르기도 뭣한 같잖은 과제들을 만든다고 두 달 내내 몰골도 형편없었다. 그렇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화를 계속 해보고 싶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가서 제대로 된 시나리오 강의를 들어보자, 결론을 내리고 이런저런 사이트와 카페에서 정보를 얻는 와중에 심산스쿨의 존재를 알게 됐다. 여대를 다녀서 그런지(?) 나는 취미삼아 한겨레문화센터 같은 데서 외부 강의를 듣곤 했는데, 그런 곳과 비교해 확실히 수강료가 비싼 편이기는 했다. 그러나 추천 글이 많기도 했고,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수강신청을 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졸업을 하고 백수의 신분으로 수업을 들었다. 백수니까 수업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그래도 수업이 유익하지 않다거나 재미가 없었다면 몇 번은 결석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수업 듣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쓰고자 했던 이야기와 돈이 되는 시나리오 혹은 상업영화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깨달았고, 십 만원을 내지 않기 위해 부득불 낸 시나리오로 혹독한 리뷰도 받았다(별 하나의 이명과......트랜스젠더와........). 시나리오 쓰는 능력과는 별개로 스토리에 관해 모호했던 개념들도 차츰 명확해졌다. 그렇게 매주 2시간 동안 속으로 감탄하며 수업을 들었다. 사실 살면서 본 영화보다 지난 2년간 본 영화가 더 많을 정도로 아직 영화에 문외한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언급하신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수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좋을 뒤풀이 때 듣는 생생한 현장 얘기는 덤이랄까.

 

이런 저런 결심과 운이 따른 덕분에 나는 스물일곱에 영화를 배우러 다시 대학에 가게 됐다. 역시 이번에도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 취준생인 친구들은 16학번이 된 나를 부러워한다(이 아이들에게 나는 이미 김 작가나 김 감독이다. 망함.) 사실 기대나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스트레잇으로 졸업해도 31살이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를 하기로 결심한 사람이므로 어떻게든 나아갈 생각이다. 마지막 수업 때, 선생님이 해주신 조언들을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나는 노래할 때도 행복하지만 글을 쓸 때도 행복하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분명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노래방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듯 히치콕도 촬영장 가기 전에 구토를 하는 게 영화판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첨예하게 살아야할 것이다. 또 시나리오를 쓴다고 말하는 나 자신 말고 시나리오 쓰는 일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될 거다. 물론, 시나리오 써서 돈도 벌 거다.

 

이렇듯 시나리오 작법 외에도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 값진 6개월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며 상급반을 병행할까 고민 중이다. 등장인물도 줄이고 트랜스젠더도 없애서....ㅎㅎ 딱 지금 내 나이에 쓸 수 있는 청춘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데 학교를 다니면서 장편 시나리오를 쓰게 될까? 십 만원 내라고 할 사람도 없을 텐데. 아무튼 지난 6개월 동안 선생님도 동기들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표현에 서툰 사람이라 글로나마 감사함을 전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수업이 아니더라도 자주자주 만나서 마피아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김수인).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시나리오가 쓰고 싶은 거구나”

 

벌써 심산스쿨 36기 수업이 끝나다니... 사실 기분이 좀 묘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시나리오의 'ㅅ'도 모르던 제가 시나리오가 너무 배워보고 싶어서 서울까지 막 올라온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워프된 거 같네요. 가장 먼저 심산 선생님과 36기 수업을 같이 들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심지어 허둥대기까지 하는 저였는데 그런 저를 다들 따뜻하게 감싸주고 다독여 주셨어요. 또 세상 돌아가는 일(?)도 차분하고 이러저러하게 습득도 했고 현실을 좀 더 제대로 보는 눈도 조금-아주 조금-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꺼낸 고맙다는 단어가 제 마음보다 훨씬 작은 것 같아서 아쉽네요.)

 

처음에는 제가 시나리오를 배우고 싶어서 왔긴 했지만 점점 갈수록 제가 정말 재능도 없으면서 막 마음만 앞서서 밀어부친 건 아닌지, 내가 현실을 직시를 못하는 건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 수업을 매주 들을 때마다 마음 속에서 계속 그 부정적인 생각들에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확 마음을 움켜잡는 그런 무언가가요. 그런데 늦긴 했지만, 그게 수업이 제대로 끝나고 나서, 마지막 선생님 수업을 듣게 될 때 확연하게 깨달았습니다. 아 나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시나리오가 쓰고 싶은 거구나. 이게 그 어떤 사람들의 시선에도 상관없이, 혼자 꿋꿋하게 하겠다는 마음을 지켜나가고 싶은 정도로 하고 싶은 거구나, 하고.

 

그래서 이번에 확연히 마음을 다잡고 장편 시나리오가 될 내용을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정말 제대로 직접 써서 평가 받으려구요ㅎㅎ. 수업시간에 제가 직접 쓴 장편시나리오를 보여드리지 못한 점 무척 아쉽네요. 저 이번에 구상하고 있는 거 꼭 완성해서 모두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특히 상급반에서라던가...상급반에서라던가...) 모두들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물론, 톡방에서도 계속 보겠지만 그래도 정말, 정말 모두들 고마웠어요. 심산반 36기 모두의 시나리오가 영화관에 제대로 걸리는 그날까지! 모두들 파이팅! 그리고 선생님 사랑합니다!!(이봉화).

 

“역시나 ‘명불허전’의 수업과 리뷰”

 

2년전 한겨레 영화제작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별 뜻이 없었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거나 작가가 되고 싶다거나…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 가르쳐준다기에 가 본거죠. 영화는 어릴 적 아버지와 손잡고 극장에서 봤던 [인디아나 존스], [지옥의 묵시록] ([지옥의 묵시록]은 어린이가 보기에는 너무 잔혹했습니다.), 주말의 명화에서 나오던 어줍지 않은 더빙 외화 등등을 꼭꼭 챙겨보며 워낙 좋아했기에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하면 영화 보는 것이라고 망설이지 않고 얘기해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영화 관련해서 어떤 목표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애 아빠고 직장도 있고, 그냥 제가 있는 자리에서 소위 ‘올라가는’ 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제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서 영화에 대한 절실한 꿈을 갖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제 생각도 점점 바뀌었습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조금만 포기하면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함께 단편을 찍고 술을 퍼마시던 멤버 중에 프로작가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 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영화에 대한 이야기,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며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 심산 선생님과 김대우 선생님에 대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신적인 존재들이시다’라는 말을 들었죠. 워낙 유명하시고, 얘기도 많이 듣고 해서 처음에는 긴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1주일 늦게 강의에 합류해 받아본 ‘강의계획안’은 약간 충격이었습니다. 매우 타이트해 보이는 일정과 과제들, 벌금 제도 등, 소위 ‘요즘 것’들은 꽤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심산반에 들어가면서 다잡은 마음가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하자!”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시나리오에 대해서 알고 시나리오를 쓰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역시나 수업을 듣자 ‘명불허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심산반의 수업은 선생님이 직접 번역하신 [시나리오 가이드]를 기초로 합니다만, 책에 나와 있는 이론에 대해서만 텍스트를 따라 밑줄을 그어가며 외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중간에 모두 지쳤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수업은 모든 이론이 영화의 예로 설명되지 않은 적이 없는 듯 합니다. 캐릭터가 어떻게 표현되고, 무엇이 영화적인지에 대해서 수많은 명작들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이해가 안될 수가 없습니다. 단지, 워낙 영화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예로 들어주신 모든 영화를 찾아보기가 버겁다는 점이죠. ‘영화는 영화로 배운다’ 라는 선생님의 말이 너무나 잘 이해되고 제 자신에게 확신을 갖게 해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독설과 거침없는 표현들조차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제대로 이해가 되고 솔직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더 했으면 하기도 했습니다. 양념이자 윤활유에 맛을 들이면 끊기 힘든 것처럼, 우리들의 표현들도 선생님을 많이 닮아가고 있다라는 생각을 나중에는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점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다 봅니다. 다양한 표현들과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세상에 없을 법한 설정 등이 난무하는 판타지의 세계에 우리는 열광합니다. 그 세계를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봅니다.

 

심산반 수업의 또 다른 축은 바로 리뷰입니다. 시놉시스에 대해서 서로 리뷰하고, 리뷰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경쟁요소로 삼아 서로 시나리오를 예약하고 어떻게 되었건 간에 완결을 해서 리뷰를 받습니다. 선생님의 리뷰 자체에서 매우 놀라운 점을 발견하곤 했었습니다. 제 시나리오를 포함 다른 동기들의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리뷰 자체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데 뭐가 부족한지, 뭐가 재미없는지를 쓰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시나리오를 단순화시키고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고 쉽게 대안과 해결점을 제안해 주십니다. 가끔 같은 시나리오를 읽은 거 맞나? 왜 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자괴감을 갖게 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 심산반 수업이 매우 상호 생산적인 수업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도 배우지만 시나리오를 보는 법도 배우게 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리뷰를 쓰기 전에 누군가의 리뷰를 보게 되고, 그 리뷰를 통해 서로의 생각에 대해서 비교하다 보면 한 글자도 못 쓸 것 같던 리뷰가 나오기 시작하죠. 그렇게 서로의 리뷰를 비교해보게 됩니다. 정성 들여 쓴 리뷰도 있고, 그렇지 않은 리뷰도 있습니다만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입장에서는 하나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의견이 없습니다. 반강제적인 리뷰가 매주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서로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몇 가지 개선해야 할 것들을 감히 몇 자 적자면, 우선, how에 대한 가르침이 조금 더 보완되었으면 합니다. 처음 시놉시스 작성이라든지, 피칭 등의 단계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해보려고 하자니 매우 막막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것도 배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예를 제시해 주는 것도 좋은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선생님께서 주옥같이 전달해주시는 모든 영화의 예가 너무나 재미있고, 유익합니다만, 약간 오래된 영화나 외화 위주에서 최근 흥행한 한국 영화 위주로 예를 바꿔주시면 더욱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최근 흥행영화라는 의미는 다수의 학생들이 봤을 확률이 높을 것이고, 한국영화라 함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필드라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나리오 가이드에 대해서 좋은 예를 찾는 것은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못할 듯 합니다.

 

처음에 선생님의 이미지는 [위플래시]의 플래쳐 교수 같았습니다. 나 자신이 앤드류가 되어 시나리오 천재로 태어나고 싶었지만, 아직 앤드류처럼 손이 찢어질 정도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플래시]의 마지막 시퀀스 속의 나 자신에 대한 기대는 조금 미뤄야겠습니다. 저는 상급반에 지원할 생각입니다. 계속 배우고, 바쁘게 써보고, 리뷰 받고 혼나고, 술 마시고 싶습니다. 이게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상급반을 듣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어떻게 시나리오에 대해서 앞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베껴쓰기 등등 지속 반복하신 말씀들이죠.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다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 자신의 의지만 남았을 뿐입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손정우).

 

“타르코프스키와 죽비 타작소리”

 

1. 제대 후 처음으로 단편 시나리오를 써서 교수님께 보여드린 적이 있다. 작은 술자리였는데 교수님께서 진심으로 말씀하셨다. ‘이런 걸로는 안된다.’ 적잖이 아니 사실 꽤 많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패기로 교수님의 충고를 무시하고 찍었다. 당연히 개판이었다. 그리곤 교수님을 피해다니다 얼마 못가 휴학했다. 웃긴 얘기 같지만 사실이다. 능력이 없으니 내세울 건 자신감 밖에 없었는데 그 마저 부정당한 터였다. 쉬면서 다른 단편을 썼다. 복학과 동시에 후배 피디형과 의기투합해서 단편을 찍었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당히 교수님께 보여드릴만한 성과는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졸업식날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교수님은 세상에 두 가지 영화인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주신 DVD가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었다. 당장 자료실 내려가 보고 오라 하셨다. 당신이 느끼기에 난 그 DVD 쪽이라 생각하셨나보다. 지옥 같지만 찐쌀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난 또 교수님의 충고를 무시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연출부 생활을 시작했고 상업영화를 찍고 싶었다. 영화 찍어서 돈을 벌고 싶었다. 내 영화로 극장에 사람들을 잡아놓고 싶었다.

 

그리고 3년 뒤에 심산스쿨을 찾았다.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느끼기만 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라 열심히 배우려 노력했다. 지난날 교수님의 조언을 넘어 재밌는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첫 장편 시나리오를 썼다. 대망의 리뷰 날, 경쾌한 죽비 타작 소리와 함께 “하이퍼텍 나다로 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폐부를 찔렀다. 처음 써본 허접한 시나리오라 자위하기엔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에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무서웠다. 교단 앞에 서 있는 순간이 끔직했고 또 수업 뒤에 찾아올 자기부정과 자기위안의 시간이 두려웠다.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이기에 그간 달려온 선택의 시간이 헛되이 되진 않을까 두려웠다. 물론 시나리오가 상업영화의 기준 밖에서 잘 쓰여진 것이라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만큼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심산쌤의 리뷰가 더 날이 선 칼날처럼 들렸다.

 

하지만 멀지않은 지난날 교수님의 말씀을 개무시했던 것처럼 심산쌤의 송곳 같은 지적을 딛고 또 앞으로 나갈 것이다. 무시한다는 말이 아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빼먹어서 진짜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 팔아서 돈 벌고 영화 찍고 싶다. 허진호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 아버지 손잡고 시사회 한 번 모셔야 하지 않겠나하는 다짐이다. 사실 이젠 더 두렵고 무섭지만 그래도 또 내맘대로 길을 나설 것이다. 다시 한번 선택의 방향을 제시해주신 심산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 개강하고 2주가 지나서야 뻘쭘하게 교실에 들어가 앉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강이라니 너무 슬프다. 그닥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라 동기 누나, 형들에게 싹싹하게 굴지 못한 점이 제일 아쉽고 또 후회된다. 물론 시나리오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 사람 살자고 하는 짓인데 사람 공부가 제일 중요하단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마 처음 심산반을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실체 없는 꿈을 쫓는 내 모습에 불쑥 찾아오는 두려움, 그것을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동무를 원했던 걸지도. 그래도 지난 6개월을 생각하면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만났고 함께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기들을 얻었다는 것에 행복하다.

 

수업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매 강의시간 마다 선생님께서 간지러운 곳을 긁어 주셨고 부족한 곳은 명쾌하게 채워주셨다. 교재 [시나리오 가이드]의 제목처럼 심산쌤은 길눈이 어두운 중생의 가이드가 되어 이끌어 주셨다. 또한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을 후드려패는 죽비의 찰진 소리처럼 심산쌤의 매질 역시 따끔했다. 그래서 심산쌤은 매주 절이 있는 산에 가시는 걸까. 여튼 지난 6개월이 앞으로 다가 올 시간의 가이드가 되길 기대한다. 절간에 울리는 죽비 타작소리처럼 심산반에 울리는 맷소리가 그리울 것 같다(차영석).

 

“돈도 시간도 노력도 전혀 아깝지 않다”

 

수업 후기를 적는다는 게 자꾸만 저 자신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한 변명으로 가득 차게 되어 몇 번을 엎었습니다. 리뷰, 리뷰 그리고 또 리뷰. 수업이 진행되어 갈수록 점점 더 곤란해져 간 이유는 이 다른 사람 글에 대한 리뷰라는 것이 자신의 시나리오 이상으로 지금 자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업 후기를 적는 지금 이 시간조차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니 나름대로는 꽤나 고통스럽습니다.

 

매 수업, 나의 모든 것이 누군가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는 기분은 신선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괴롭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육체적으로 힘들 것 없는 시간이었음에도 난데없이 가벼운 병들이 하나씩 발작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는 무서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견뎌오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육체적으로 편해졌지만, 그럼에도 앞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난 시간을 버텨온 자신에 대한 대견함도 느껴보지 못한 채로 수업이 끝났습니다.

 

강의를 들어오며 줄곧 생각해 왔던 것은 1%도 안 되는 성공에 대한 가능성의 문제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수도 없이 강조해 오신 1%도 안 되는 가능성. 그런데 제게는 이 1%를 이 몇 달간의 수업이 만들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0%라고 여겼던, 전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세계에 길이 있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너무나도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단 1%라도 그것이 있고 없음의 차이는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크니까요.

 

지나온 수업과 제가 쓴 시나리오, 그리고 제가 쓴 리뷰들에 대한 변명 같은 것들은 접겠습니다. 어차피 저는 바로 상급반을 들을 것이고, 갈 길이 아직 머니까요. 자신에 대한 변명도, 이 수업에 대한 가치도 한 편의 시나리오를 극장에 걸게 되었을 때에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지금 지나온 심산반 36기 수업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돈이 아까운 수업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수강료만이 아니라 동기들과의 술자리 비용, 지각비 등등이 모두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가난한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모든 말씀들이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었고, 이 보면 볼수록 착해빠진 동기들은 너무나도 소중해졌습니다. 아직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하루 이틀이라도 푹 쉬어야만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저지만, 다음 수업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깨달음이 많았던 수업이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정재형).

 

“방망이 깎는 노인 혹은 방망이를 든 도인”

 

심산반 후기를 쓸지 말지 고민하였다. 아니 그럴 자격이 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대다수의 동기들이 멋지게 시나리오 한편을 완성하여 제출한 반면, 나는 기간 내에 내 시나리오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심산반을 수강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이 많기에 수강후기를 적는다.

 

문제는 시나리오

이야기는 작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편집실에서 벙어리 동양남자와 죽어가는 흑인여자의 사랑에 관한 단편영화를 편집 하고 있었다. 편집을 끝내고 믿을만한 안목을 가진 친구에게 작품을 보여줬다. 영화 5분이 넘어가자 이 친구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마도 그때 그녀는 ‘이 머저리가 만든 거지 같은 영화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를 하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솔직하게 이야기 해줘.” “솔직하게?”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생했어.’라는 말로 시작해 얼마간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말이 늘어진다 싶으면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특히 ‘하지만’ 같은 부정접속사가 문장 속에 들어가 있을 때는 그 뒷말이 그 사람의 진심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대사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니 주인공에 하나도 공감이 되질 않았어.”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남자 주인공이 벙어리인데 대화밖에 없다니…? 여주인공 대사가 이상한가? 여자 배우가 연기를 못해서 그래.. 죽어가는 여자인데, 너무 쌩쌩하잖아? 돈을 쓰더라도 학생이 아닌 배우를 구하는 건데..’

 

시간이 지나고 문제점을 곰곰이 되씹어보니 그녀가 옳았다. 여배우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문제는 시나리오였다. 지문묘사도 부족하고, 전혀 공감되지 않는 진부한 똥대사들로만 가득한 시나리오를 쓴 내가 문제의 근원이었다. 훗날 심산 선생님께 ‘대사가 지문묘사보다 많은 시나리오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대사는 전진한다.’ 라는 것을 배웠을 때, ‘이거구나!’하고 무릎을 탁 쳤다.

 

[시나리오 가이드]

내 시나리오가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교 온라인 시나리오 작법강의를 신청했다. 교재는 데이비드 하워드의 [The Tools of Screenwriting]이였다. 이 책이 바로 심산 선생님이 번역한 [시나리오 가이드]이다. 6주라는 짧은 수업 동안 시놉시스 10장과 시나리오 앞 부분 10장, 영화분석 10장짜리 페이퍼 3개를 제출해야 했다. ‘11살에 미국으로 입양된 여자가 한국으로 돌아와 치매 걸린 친엄마를 만난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썼는데, 이걸 쓰느라고 시간이 빠듯하여 책 앞부분 19페이지까지만 읽고 다음으로 넘어가질 못했다. 이 말을 하면 심산선생님께 맞을지 모르겠다. ‘사물의 용도를 한가지로 국한하는 것은 폭력이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이 책을 라면냄비 받침으로 썼다. 책의 크기가 냄비 받침으로 알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중이 춥다고 법전을 불쏘시개로 쓴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중에 심산반 수업을 통해 이 책의 진가를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무지몽매한 인간이였는지 깨달았다.

 

심산반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시나리오 워크샵을 알아보았다. 마침 [시나리오 가이드]를 교재로 쓰는 심산스쿨을 찾았고, 바로 등록을 하였다. 심산반에 등록을 하고 신촌역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낯익은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 백팩을 메고 반바지에 쓰레빠를 신은 이 남자가 바로 심산 선생님이었다. 심산반을 듣기 전에 선생님을 본 것이다. 왠지 모르게 ‘방망이 깎는’ 노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산반 수업을 들으며 그건 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은 ‘방망이를 든’ 도인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 방망이의 희생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머리 앞 정수리 부분만 맞은 나는 몰랐지만, 재형이 형의 증언에 따르면 머리 뒷부분을 정통으로 맞았을 때 귀에서 이명소리가 난다고 했다.

 

심산반은 철저하게 실전 중심의 수업이었다. 난생 처음 피칭이라는 것도 해보고, 베껴쓰기를 하며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70페이지가 넘는 글도 썼다. 수강생들은 10주차가 지나면 예약한 날짜에 시나리오를 제출한다. 그리고 다음 주에 선생님이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피드백을 한다. 이 피드백은 혹독하고 냉정하게 진행되는데, 다른 사람이 피드백을 받는 것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 자신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기분이었다. 허나 ‘상업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인가?’라는 기준이 명확한 평가였기 때문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시나리오를 제출하진 못했지만, 선생님의 리뷰를 통해 많이 배웠다. 리뷰를 써본 우리 동기들은 알겠지만, 다른 사람이 쓴 시나리오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결국에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리뷰는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지적하는 것으로 끝마치는데, 선생님의 피드백에선 설득력 있는 대안이 제시된다.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날 때쯤 ‘아 이야기를 저렇게 풀 수도 있구나. 저렇게 풀리면 정말 재미있겠는데?’라는 감탄이 나왔다.

 

[시나리오 가이드]를 바탕으로 하는 수업은 딱딱한 이론수업이 아니라, 한편의 잘 짜인 각본 같다. 책으로만 접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돕기 위하여, 선생님은 본인의 연기를 곁들여 중간 중간 몇몇 영화의 예시를 든다. 영화를 보지도 않아도 장면들이 떠오를 만큼 이야기를 재미있게 재현해낸다. 그러면 나중에 [시나리오 가이드]의 그 부분을 생각했을 때, 그 예를 든 영화 속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나중에 혼자서 [폭주기관차]를 봤는데, 선생님의 몹쓸? 연기가 떠올라 진지한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폭소를 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선생님이 영화 예시를 들 때 ‘시나리오 피칭은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더 집중해서 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름이 돋았던 수업은 ‘충돌이론’에 관한 수업이었다. 드라마란 무엇과 무엇이 부딪치는 이야기라는 게 충돌이론의 핵심인데, 이건 나에게 있어 큰 전환점이었다. 적대자가 아닌 사회나 환경 그 자체를 장애물로 설정해 글을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인물 vs 인물을 다룬 갈등이론만으론 분석하기 힘든 [살인의 추억] 같은 ‘주인공의 장애물이 인간이 아닌’ 영화들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뒤풀이는 수업의 연장으로 선생님에게 영화판 이야기나 시나리오작가로서 필요한 자세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종강 뒤풀이 때, 노래방에서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해주신 히치콕에 관한 이야기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돌에 새긴 것처럼 각인되어, 잊지 못할 것 같다.

 

36기  

선생님을 포함한 36기 사람들과 같이 술 한잔 기울이면 오래 사귄 벗하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진다. 20주 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심산반 사람들이 좋다. 나이 성별 불문하고 그들의 영화 혹은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모두들 자기인생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을 텐데, 건투를 빈다. 진심으로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선혁상).

 

“왜 진작 이 수업을 듣지 않았을까?”

 

몇 년 동안 시나리오를 쓴다고 끄적이다 결국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지만 계속 중간에 포기를 하게 된 상태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되어 심산스쿨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서적도 읽고 단편 시나리오도 끄적여봤지만 장편 시나리오를 마주할 때의 두려움은 쉽게 극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심산스쿨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느꼈던 후회는 왜 진작 이 수업을 듣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몇 년의 시간을 손해 본 느낌이었습니다. 매주 강의 때마다 핵심을 이야기해 주시는 선생님의 강의 내용이 어느 순간은 용기를 주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더욱더 커다란 산을 마주하게 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만큼의 힘은 얻어 가는 것 같습니다.

 

강의 기간 동안 느꼈던 희망은 3번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베껴쓰기를 끝내고 느낌 감정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해, 그리고 시나리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2, 3번째 감정은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서입니다. 물론 보잘 것 없고 잘 쓰지 못한 시나리오지만 나 자신에게는 한 단계를 넘어섰다는 표식이기도 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힘을 주셨다고 생각됩니다. 여전히 장편 시나리오는 무섭고 어려운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시나리오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명확하고 쉽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1만씬의 법칙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1만씩의 법칙을 믿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엄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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