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위한 레퀴엠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하고 있다는데 남도지역에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주룩주룩 비가 내릴 때면 이따금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바보 노무현’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나간지도 벌써 3년이 되었군요? 그 동안은 저 위대한 MB 덕분에 '참으로 참담한 세월'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제 ‘탈상’을 할 때입니다. 하필이면 바로 이 시기에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민주통합당의 대권후보로 확정된 것도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노무현의 3년 탈상에 즈음하여 그에게 바치는 헌정앨범이 출시되었습니다. 한동안 심산스쿨에서 [강헌재즈반]을 이끌었던 강헌 선생님이 제작한 이 앨범의 이름은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입니다. 저는 이 헌정앨범의 제작기간 내내 그 과정을 소상히 전해들었는데 참 가관도 아니었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가수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소속사에서 난색을 표명(아마도 ‘윗분들’이 뭐하고 했겠지요)하여 번번히 좌절되곤 했습니다. 그 모든 난관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참여(?)해주신 작사가, 작곡가, 가수, 연주자 등 음악인 여러분께 감사을 표합니다. 아래는 강헌 선생님이 직접 쓰신 음반의 서문과 곡 소개입니다.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 '탈상'(벗어날 脫, 상처 傷)
대통령은 노래를 좋아했다
정치가들 모두 애창곡이 있고, 음반까지 낸 이들도 있지만 노무현은 공석 사석 가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과 뜻을 노래에 담아 거침없이 불렀다.
《脫傷,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
서거 3주기를 맞아 내는 이 음반은 노래를 사랑했고,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지녔으며, 나라 구석구석 모두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그런 소박한 꿈을 지녔던, 그러나 절반의 승리를 거두고 절반의 좌절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한 사람에 대해 음악인과 시민들이 각자의 소중한 진정을 담은 진혼곡집이다.
정치가로서 노무현의 삶이 그랬듯이 초유의 이번 추모 음반이 만들어지는 데엔 글로서 표현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고비는 참여의 뜻을 밝힌 뮤지션이나 음반기획사들이 주변의 만류 압력에 못이겨 중도에 그만둘 때이다. 그저 한 정파의 정치인도 아니고 한 지역의 인물도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이의 추모 음반에 참여하는 것도 정치적 보복을 걱정하고 경제적 타격을 두려워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모든 고민에도 주저없이 참여하여 소중한 음악적 열정을 불사른 모든 예술가들에게 허리 굽혀 고마움과 감격을 아낌없이 전한다. 그리고 동시에 추모 음반의 제작이 가능하게끔 십시일반의 제작비를 보내온 얼굴도 모르는 수 천명의 시민 여러분께 이 음반을 결국 완성하게 되었다는 기쁨을 제일 먼저 나누고 싶다.
이 음반은 과거의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우리 마음 속의 영원한 바보, 노무현에게 이음반을 바친다.
- 프로듀서 강헌(20012.09)
DISC01. 탈상(脫傷)
01. 사람 사는 세상 (원곡《어머니》작자 미상) - 강은일(해금독주)
02. 상록수 - 노무현 & 노래를찾는사람들(with 장필순)
03.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이은미
04. Goodbye Mr.Trouble - 신해철
05. 작은 연인들 - 조관우
06. 노랑 바람개비의 노래 - 왕기석(작창·소리)
07. 부산 갈매기 - 갤럭시 익스프레스
08. 345 pm - 정인
09.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장필순
DISC02.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 DVD
01. 임을 위한 행진곡 - 안치환과 자유
02. 시민 레퀴엠 1악장 서곡 - 얼어붙은 봄
03. 2악장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
04. 3악장 어둠이 내리고서야 별이 보이네
05. 4악장 당신은 내가 살았던 가장 따뜻한 계절입니다
06. 5악장 촛불의 노래
이 앨범도 사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미 들어봤는데...참 좋습니다
자꾸 눈물이 나려해서 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