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4-24 18:09:00 IP ADRESS: *.215.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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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어제 못 들어간 HARRODS로 떠났습니다. 흠, 역시 유럽 제일의 명품 백화점이라는 명성 답게 근사하더군요. 하지만 뭐 대부분의 물건들이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이어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눈요깃거리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잔뜩 기대를 했던 OUTDOOR 전시관은 아주 후졌고, TRAVEL 전시관에도 별 볼 일 없는 가방들이나 늘어놓았을 뿐. 그래도 HARRODS에 온 기념으로 저는 고풍스러운 WINE CARRIER를, 딸은 귀여운 KIPLING 제 샛노란 륙색을 하나씩 샀습니다. 그리고는 지하 음식관의 일식점에서 맛있는 스시와 미소스프로 점심을 해결.

전시회는 안 보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지만 끝내 피할 수 없었던 전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PIXAR의 20주년 기념전이죠. 무엇보다도 딸의 성화를 외면할 수 없었거든요. 전시가 열렸던 과학박물관은 유명한 박물관 거리의 한 귀퉁이에 있었습니다. 런던에 가장 흔해빠진 건물이 GALLERY 아니면 MUSEUM 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할 일이 없어요. 그냥 빌빌 돌아다니면서 전시회 보는 게 큰 낙이에요. 박물관 거리에서도 온갖 멋진 전시회들이 줄을 섰지만 우리는 모두 다 묵살(!)하고 오로지 PIXAR를 향하여 전진...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 부실한 느낌(!)입니다. 단 하나, PIXAR의 창립자인 존 레스터의 애니메이션 파노라마만은 대단히 감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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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BMC입니다. BMC는 BRITISH MOUNTAINEERING COUNCIL의 약칭인데, 한때 PETER BOARDMAN이 근무하기도 했던 곳이죠. 딸에게 내가 이만큼 봉사를 했으니 너도 나 한번만 봐주라...그러면서 BMC를 찾기 시작했는데...맙소사, 그 본사는 맨체스터에 있다네요?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맨체스터로 가서 맨유와 토튼햄의 축구경기도 보고 BMC도 가고 그러는 건데...^^...딸의 부탁으로 다시 한번 WEST END로 진출! 어제 보았던 만화책 [SCHOOL IS HELL]과 EMILY라는 소녀 캐릭터가 잔뜩 그려진 뱃지세트를 사고나니까 이제 더 이상 런던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오니까...좋네요. 저는 정말 호텔이 싫어요. 오래전에 무슨 글을 쓰느라 서울의 조선호텔에 두 달간 갇혀있던 적이 있었는데, 비록 끼니때마다 그곳의 최고급 식당을 맘껏 이용할 수 있었지만, 정말 질려버렸어요. 호텔보다는 콘도가 좋고, 콘도보다는 마당이 딸린 집이 훠얼씬 더 좋지요. 집에 와서 세탁기를 한판 돌리고, 밥을 지어먹고, 이렇게 런던일기를 쓰고 있으니까 참 편안하네요...내심 뿌듯한 것은, 딸에게 물어보니, 그애가 답하기를, 정말 즐거운 런던여행이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됐지요, 뭐...이제 남은 것은 다시 빈둥거리면서 휴가를 보내는 것뿐이네요.

2006년 4월 17일

문수지

2010.05.20 10:31
*.32.31.238
ㅠㅠ......... 선생님 저는 일본으로 가는 이 마당에 어제부터는 극심히 런던생각에만 빠져서
길을 걸어도 앉아있는 지금도 이미 런던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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