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8-29 21:43:39 IP ADRESS: *.215.2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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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을 신봉하는 정공법의 달인
보 골드먼(Bo Goldman, 1932-    )

아카데미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다섯 부문을 꼽는다면 작품상·감독상·각본(색)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이 될 것이다. 역사상 이 '빅파이브(the big five)'를 모두 수상한 작품은 [어느날 밤에 생긴 일](1934),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양들의 침묵](1991) 등 단 세 편뿐이다. [애니 홀](1977)은 우디 앨런이 남우주연상을 놓치는 바람에, [아메리칸 뷰티](1999)는 아네트 베닝이 여우주연상을 놓치는 바람에 이 축복 받은 걸작들의 대열에 끼지 못했다.

보 골드먼이 작가로서의 이력을 시작한 것은 뮤지컬이었다. 20대 중반에 자신의 첫 번째 뮤지컬 [첫인상]을 무대에 올렸으니 재능을 일찍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이후 그는 TV쇼를 위한 대본들을 쓰며 풍족한 생활을 누렸지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가 쓴 첫 번째 시나리오가 [결혼의 위기]인데 비록 팔리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커다란 행운을 안겨다 주었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밀로스 포먼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각색을 맡긴 것이다. 정신병자인 척 하는 유쾌한 청년 맥 머피와 지배욕이 강렬한 수간호사 래취드의 격돌을 통해 시스템과 자유의지에 대한 다층적 고찰을 보여준 이 작품으로 골드먼은 역사상 두 번째 빅파이브 수상작을 만들어내면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의 두 번째 수상작인 [멜빈과 하워드]는 순박한 청년 멜빈 덤머와 정체를 숨긴 전설적 대부호 하워드 휴스의 동화와 같은 우정이야기로 인디 출신의 잡식성 감독 조너던 드미를 할리우드 메이저에 안착시킨 행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여인의 향기]는 널리 알려진 대로 시력을 잃은 퇴역 대령의 자살여행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생찬가이다. 골드먼의 3관왕 야심은 좌절됐지만 그동안 헤아릴 수도 없이 미역국만 마셨던 알 파치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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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멜빈과 하워드] [여인의 향기] 세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곤경에 처해있는 캐릭터를 깊이 파고들어간다는 것이다. 컨셉이나 스타일 면에서 골드먼은 대단히 정공법을 잘 다루는 작가이다. 고전적인 3장 구조에 맞춰, 곤경에 처해있는 캐릭터들을 깊이 파고들면서, 갈등을 차곡차곡 쌓아나가 클라이맥스에 이른 다음 나름대로 스토리의 해결을 제시하는, 정통파 드라마 작가이다.

[로즈]는 전설적인 여성로커 재니스 조플린을 모델로 삼은 일종의 전기영화로 베트 미들러의 열연과 주제가 ‘로즈’가 인상적이다. [레그타임]은 골드먼의 기본작법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작품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들인 제작비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KGB의 아들]은 중후한 흑인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와 아직도 뺨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리버 피닉스의 호연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인데 스릴러치고는 조금 느슨하다. [조 블랙의 사랑]에는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데 인간의 육체를 빌려온 저승사자가 사랑에 빠져들면서 일상생활의 소중함과 즐거움에 눈떠간다는 내용이 너무 억지스럽다. 뒤늦게 완성된 [결혼의 위기]나 [씨티 홀]은 곤경에 처해있는 캐릭터의 탐구라는 골드먼의 정공법을 재삼 확인해 본다는 측면에서 그런대로 볼 만하다.

골드먼은 기획단계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음향과 음악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편집에 참여해본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심지어 촬영 도중 러쉬편집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고쳐쓰기도 합니다.” 그는 뮤지컬의 대본을 썼던 청년 시절의 경험이 시나리오를 쓰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고백한다. 가사야말로 더 이상 축약 할 수 없는 대사이고, 각각의 캐릭터 및 그들이 결부된 사건들의 저류에 흐르는 어떤 음악성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드라마의 본질을 파고드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뜻에서 더욱 그렇단다. 골드먼은 수작업(手作業)의 신봉자이다. “컴퓨터로 쓴 원고는 손으로 쓴 원고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진중한 통찰이 결여되어 있거든요. 편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아비드보다는 스테인벡이 훨씬 더 훌륭한 편집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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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필모그래피

1975년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9년 마크 리델의 [로즈](The Rose)ⓥ
1980년 조너선 드미의 [멜빈과 하워드](Melvin and Howard)★★
1981년 밀로스 포먼의 [레그타임](Regtime)ⓥ
1982년 앨런 파커의 [결혼의 위기](Shoot the Moon)ⓥ
1988년 리처드 벤자민의 [KGB의 아들](Little Nikita)ⓥ
1990년 워렌 비티의 [딕 트레이시](Dick Tracy)ⓥ
1992년 마틴 브레스트의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6년 해롤드 파커의 [씨티 홀](City Hall)ⓥ
1998년 마틴 브레스트의 [조 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
2000년 볼프강 페터슨의 [퍼펙트 스톰](The Perfect Storm)ⓥ

ⓥ는 비디오 출시작
★는 아카데미 각본(색)상 후보작
★★는 아카데미 각본(색)상 수상작

[씨네21] 2000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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